“변동장세 최소 한 달”…코스피 종목 86% 하락했다

“과거 공매도 경험상 外人복귀 지수 반등”
韓증시 ‘저평가’ 지속도 반등 가능성 높여

공매도 첫날 코스피 -3%·코스닥 -3.01%
공매도 거래 상위株·반도체·이차전지 뚝
원·달러환율 16년만 최고…外人 순매도↑


공매도 재개 및 지난주 뉴욕 증시 급락,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가 맞물려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각종 지수를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공매도가 1년 반 만에 전면 재개된 날 최악의 타이밍과 맞아떨어지며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3% 넘게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S(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로 인한 글로벌 증시 급락세가 국내 증시까지도 충격파를 전달한 상황에 공매도 쇼크까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공매도 주요 표적으로 꼽혀 온 이차전지주를 비롯해 반도체, 바이오, 자동차 섹터 대표 종목들의 뚜렷한 하락세가 지수 전체를 끌어내린 가운데, 코스피 시장에선 상장 종목 10개 중 9개 꼴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국내 상장주의 실적 반등이 국내 증시의 저(低)밸류에이션 매력과 만나 증시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관세 ‘레프트훅’에 공매도 ‘라이트훅’ 맞은 韓 증시=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3.00%(76.86포인트) 내린 2481.12로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한 끝에 2500선이 붕괴됐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 3.01% 내린 672.85로 마무리했다.

전날 하루 코스피 상장 종목 중 하락세를 기록한 종목 수는 727개로 전체(845개) 중 86.04%에 이르렀다. 코스피 상장주 10개 중 9개 꼴로 하락세를 면치 못한 셈이다. 같은 날 코스닥에선 전체(1772개) 종목 중 80.93%에 해당하는 1434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20% 보편관세를 부과할 수 있단 소식에 미 시장 비중이 높은 대형 수출 기업들이 다수 포진한 국내 증시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지만, 소비자 관련 지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점은 ‘S 공포’를 증폭시키며 증시 투심을 식히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단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시작된 공매도는 가뜩이나 움츠린 투심을 더 얼어붙게 했단 분석도 증권가에선 나온다.

전날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 내 공매도 거래 상위 종목들의 주가엔 강한 하방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공매도 거래액 1위 SK하이닉스(2296억원) 주가는 4.32% 하락했고, 2위 한미반도체(872억원)는 무려 10.85%나 주가가 급락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으로 대차잔고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2조9410억원)의 주가도 전날 3.99% 급락하며 ‘6만전자(삼성전자 주가 6만원대)’가 붕괴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25% 관세를 부과받은 자동차에 이어 품목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단 평가를 받는 반도체주에 대한 ‘하락 베팅’이 상당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매도의 대표적 대상으로 꼽히던 이차전지주도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단기 변동장세 불가피, 중장기 반등할 듯”…왜?=공매도 재개 첫날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외국인 투자자는 1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순매도세로 지수를 끌어내렸고, 코스피200 선물도 1조원 가까운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다.

일각에선 대내외적 압력으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단 분석을 내놓는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6.4원 오른 1472.9원을 나타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3일 1483.5원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최소 한 달간 국내 증시가 변동장세 속에서 시달릴 수밖에 없단 평가를 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펀더멘털과 별개로 글로벌 증시 악재로 투자 심리가 흔들린 게 공매도 재개와 맞물리며 종목별 변동성을 증폭 중”이라고 봤다.

2일 미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발표에 이어 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 관세’ 부과 등 트럼프식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증시 변동장세가 단기에 그치고 중장기적으론 반등 추세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여전히 증권가에선 더 우세한 상황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차례의 공매도 재개 구간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에 재유입되며 지수 안정에 기여했다”고 짚었다. 과거 경험에 대한 ‘학습 효과’가 이번 공매도 재개 국면에서도 투자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증권가의 기대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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