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인하 경쟁 과열 등 당부 전망
“당국 자제 메시지에도 업계 1,2위 싸움 치열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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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우리금융과 홈플러스, 상법개정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유동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다음 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상장지수펀드(ETF) 보수 인하 경쟁 과열 등 업계 현안을 논의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주 금감원은 ETF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함께 간담회를 개최한다. 금감원이 운용사 CEO를 상대로 간담회를 개최하는 건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이 자리에는 김우석 삼성자산운용 대표,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등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ETF 업계의 수수료 인하를 비롯한 과도한 점유율 경쟁에 대한 자제를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업계 1, 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 간의 마케팅 경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두 운용사가 경쟁 상품을 저격해 비방하는 마케팅이 포착되자 이에 따른 조처를 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ETF 경쟁 과열에 따른 수수료 문제도 여러 이야기 중 하나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수수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당국이) 관여할 부분은 아니나 시장의 우려도 크니 주의해달라는 메시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제동이 미리 예견된 일이라는 시각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주 미래에셋운용이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수수료를 삼성자산운용보다 대폭 낮춘다는 소식이 당국 허가 전에 알려져 금감원에서 당혹스러워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삼성운용의 미국 대표지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나스닥100 ETF 보수 인하 당시 당국에서 ‘더 이상 인하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경쟁이 걷잡을 수 없어져 각 운용사 대표를 소집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달 25일 ‘TIGER 레버리지’, ‘TIGER 인버스’ 등 주요 레버리지·인버스 ETF 운용 보수를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수료 인하 폭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금감원은 ETF 유사상품 쏠림 현상과 신상품 베끼기, 무리한 수수료 인하 문제와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운용사들이 지수형 ETF의 수수료를 낮춰 테마형 ETF로 전가하고 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이 원장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자리에서 “ETF 점유율 확대 과정에서 실태 점검 결과 대형사들이 대표 지수 ETF 수수료를 내리면서 다른 ETF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는 움직임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펀드 관계사에 지급하는 보수를 깎는 방식으로 비용을 전가하는 것도 확인했다. 이 경우 ETF가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날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부문 부원장도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을 통해 운용사 수수료 경쟁 과열 문제를 지적했다.
함 부원장은 “순위 경쟁만을 위해 일부 경쟁 상품을 타겟팅한 노이즈 마케팅이 계속 반복되는 경우 관련 운용사에 대해 보수 결정 체계 및 상품 관리 실태 전반에 대해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인플루언서 등을 활용한 과도한 마케팅 경쟁, 커버드콜 등 비정형 ETF에 대한 상품 설계, 판매·운용 관리 체계, 투자자에 대한 충실한 정보 제공 등 ETF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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