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 통한 ‘스몰딜’ 배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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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연설하고 있습니다. [EPA] |
[헤럴드경제=신대원·문혜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이미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며 나름 의미 있는 접촉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국이 비상계엄 후폭풍과 탄핵정국 장기화로 사실상 외교·안보 리더십이 실종된 상황에서 북미가 한국을 건너뛴 채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연락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매우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미정상회담 등을 거론하면서 ‘소통’을 꺼내들었는데 추가적으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특유의 과장된 화법으로 의미 있는 북미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미가 낮은 수준에서 접촉하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리처드 그레넬 특별임무대사나 알렉스 웡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수석 부보좌관 등이 뉴욕 북한대표부와 전화나 이메일로 접촉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도 “뉴욕 채널이나 베이징을 통한 소통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부터 수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에게 대화 메시지를 보낸 만큼 실무진 수준에서 미 국무부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간 뉴욕 채널 등을 활용한 접촉과 소통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김 위원장과 강한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조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문제, 북한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문제가 방향이 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게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거래에 나서면서 북한 비핵화보다는 북한 핵능력의 일부만 다루는 핵군축 등 ‘스몰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김 위원장을 “알다시피 그는 큰 핵국가(big nuclear nation)”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전에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인정받는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인도와 파키스탄과 함께 북한을 묶어 거론한 바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없다고 보고 있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최근 발간한 ‘2025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이 전략적 무기 프로그램을 체제 안보 보장 수단이자 국가 자존심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으로 이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런 마당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다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제한하는 대신 대북제재 해제와 경제지원 등 ‘스몰딜’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 발목 잡힌 한국이 패싱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다만 북미대화가 본격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양 교수는 “아직 북미 간 대면접촉으로 발전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의 내년 초 노동당 당대회와 미국의 내년 후반기 중간선거 등 일정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 위원은 “북미가 만난다면 협상 결과를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사실상 핵을 인정받는 핵동결, 핵군축을 바라고 트럼프도 이를 수용할 수 있겠지만 미국 내 여론과 국제사회의 반발, 핵질서 교란 등도 신경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합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