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SK온’ 배터리 단 日 닛산, 윈윈 전략 기대감↑[여車저車]

SK온-닛산, 6년간 99.4GWh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
닛산, 2030년까지 美 전기차 판매 비중 40% 달성 목표
SK온, 美발 관세리스크 대응·글로벌 수주 물꼬


닛산 순수 전기차 ‘아리야’ 광고 [닛산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 ‘자동차 관세리스크’ 대응을 위해 협력에 나선 국내 대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SK온과 일본 대표 완성차 제조사 닛산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일 오전 5시부터 미국에서 모든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25% 관세가 발효된다. 관세 부과 조치로 대미 수출에 발등이 켜진 글로벌 완성차 업체 및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하나둘씩 현지화 전략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업체 간 파트너십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닛산과 SK온의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양사는 지난달 19일 99.4GWh의 배터리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중형 전기차 10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로, 닛산은 SK온으로부터 오는 2028년부터 2033년까지 6년간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양사 파트너십은 ‘현지화 전략’이라는 공통분모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SK온이 공급하는 배터리는 고성능 하이니켈 파우치셀로 생산은 전량 북미 지역에서 이뤄질 계획이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22GWh 규모 자체 공장을 가동 중이다. 또한, 고객사와 합작법인(JV) 형태로 조지아주, 켄터키주, 테네시주 등지에 총 4개의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해당 공장이 모두 완공돼 최대 생산치로 가동되면 SK온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 캐파는 180GWh 이상으로 늘어난다.

현지화 정책에 팔을 걷어붙인 닛산 역시 안정적인 배터리 조달처 확보에 물꼬를 틀게 됐다. 실제 SK온 배터리가 탑재될 차세대 전기차(4종) 역시 닛산의 미시시피주 캔톤 공장에서 생산된다.

닛산 로고


완성차 업계에서는 닛산이 이번 SK온과 배터리 계약을 통해 전기차 시장 ‘퍼스트 무버’로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토요타, 혼다와 더불어 일본 3대 자동차 제조사인 닛산은 지난 2010년 12월, 세계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 ‘리프’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09년 최고의 발명품 50’에 포함되며 기술력을 입증한 데 이어 ‘2011 유럽 올해의 차’, ‘2011 세계 올해의 차’, ‘2013 미국 애드먼즈닷컴 최고 추천 전기차’ 등에 연달아 선정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도 70만대에 달한다.

그러나 닛산은 ‘리프’ 이후 이렇다 할 신형 전기차 모델을 내놓지 못했다. 현재 닛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순수 전기차(BEV) 모델은 리프와 ‘아리야’ 등 단 2종에 불과하다. 그사이 미국의 테슬라, 리비안, 루시드는 물론 중국 BYD, 지리자동차 등 신흥 강자들이 공세를 펴면서 닛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뒷걸음질 쳤다.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매체 ‘켈리블루북’의 전기차 판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리야’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47.0% 증가한 1만9798대를 기록하는 등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는 라인업 확대가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닛산의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대로 전기차 판매량 순위 역시 30위권에 머물고 있다.

닛산은 전동화 전환을 통해 반등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향후 3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신차 30종을 출시하고, 이 가운데 과반인 16종은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2030년까지 미국 내 전체 판매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유럽 생산 거점인 영국 중부 선덜랜드 공장에는 최대 30억파운드(약 5조7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과 배터리 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닛산 대표 모델인 ‘쥬크’, ‘캐시카이’의 전기차 버전도 준비 중이다.

특히 SK온과 파트너십은 닛산 현지화 전략 추진에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크리스티안 뫼니에 닛산 아메리카 회장은 “SK온과의 계약은 닛산의 북미 지역 내 전동화 여정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이며, 미국에 대한 투자 의지의 증거”라며 “SK온의 현지 배터리 생산 역량을 활용해,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혁신적 고품질 전기차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 조지아주 공장 전경. [SK온 제공]


SK온 역시 닛산과 계약을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사용량 기준 약 894.4GWh로 전년 동기 대비 27.2% 늘었지만,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시장 점유율은 4.7%p(포인트) 줄었다.

SK온의 경우 배터리 사용량 39.0GWh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12.4%의 성장률(점유율 5위)을 보이긴했지만, 시장 전체 성장세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SK온이 이번 닛산과 대규모 배터리 공급계약이 미국 정부의 관세리스크를 피하고, 글로벌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은 포드 등 고객사의 주력 모델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될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올해 메타플랜트(HMGMA)에서 생산 예정인 플래그십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아이오닉 9’에도 배터리를 공급한다”라며 “이번 닛산과 조단위 수주까지 성공한 만큼 브랜드 인지도 제고 효과에 힘입어 앞으로도 관세리스크를 피하면서 추가 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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