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연체율 악화에 건전성 관리…대출 억제
대기업 대출도 1.2% 줄어…정치 불확실성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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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경기 위축에 중소기업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싶어도 강화된 건전성 관리에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사진은 강원도 원주 한 산업단지 모습. 평소 레미콘이나 대형 화물트럭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지만 현재는 사업이 위축된 상태다.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은행권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기업대출 규모가 최근 줄어들고 있다. 경기 부진에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여 건전성을 개선하고 있는 데다,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 등에 대기업들의 투자 심리마저 악화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발(發)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78조6483억원으로 1월 말(681조3092억원)보다 2조6609억원(0.4%)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과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일제히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대기업 대출은 139조5290억원에서 137조9172억원으로 약 1.2%(1조6119억원) 줄며 전체 기업대출을 끌어내렸다. 중기 대출은 541조7801억원에서 540조7312억원으로 0.2%(1조490억원) 줄었다.
이처럼 기업대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은 우선 최근 경기 부진으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늘어나자 은행권이 대출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경기 사이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최근 경기 악화로 중소기업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서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고 대기업 대출에 힘을 주는 식으로 건전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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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 기업대출 잔액 추이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월과 작년 동기 대비 모두 0.11%포인트(P) 올랐다. 그중 중기대출 연체율은 0.77%로 전월보다는 0.15%포인트, 전년 동기보다는 0.17%포인트 상승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98만6487명에 달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작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 기업의 23.1%가 지난해보다 올해 경영 사정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은 17.2%에 그쳤다.
문제는 대기업 대출 또한 경색되면서 기업대출 전체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뒤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금리 인하 기조에 대출 대신 회사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의 이자 비용이 줄기 때문에 신규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늘어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회사채 수요 예측액은 10조600억원이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2조8100억원 늘었다. 회사채 발행 규모도 19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4000억원 늘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가계대출 규제에 경기 악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기업대출까지 제약을 받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돼 대기업들의 투자가 다시 활성화되고 그에 따라 기업대출이 다시 늘어나는 것 말고는 전환점이랄 게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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