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제 해운정책으로 기회 얻은 韓…대형 물류기업 추가 육성해야”

제52차 상의 물류위원회
美, 中 선박 입항 규제 조치 발표
“韓, 글로벌 시장서 점유율 확대 기회”
기회 살리기 위해 ‘메가 포워더’ 육성 지적
“글로벌 톱50 물류사 중 韓 기업 2곳 불과”


HMM 선박. [HMM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역할 축소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물류기업 이른바 ‘메가 포워더(대형 물류기업)’를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3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근 국제물류 현황과 물류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주제로 제52차 대한상의 물류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신영수 대한상의 물류위원장(CJ대한통운 대표이사)과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이용호 ㈜LX판토스 대표이사 등 주요 기업 대표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강연을 맡은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 정책과 신해운 정책이 한국 기업에 전략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 선사 및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해 중국 선박의 자국 항만 입항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는 “화물을 보내는 화주가 중국의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피하게 되면 중국 선박 비중이 작은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한국의 해운·물류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공략 시 그 빈틈을 한국 기업들이 채워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어 “미국의 해운규제 강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 물류 산업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물류산업의 체질 개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제공]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물류 기업이 적어 한국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종길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7위 무역국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톱50 글로벌 물류 기업 중 한국 기업은 단 2곳에 불과하다”며 “일본의 경우 4개 기업이 포함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5년 안에 메가 포워더 시장 집중도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메가 포워더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이날 국제물류 시장의 주요 흐름으로 크게 2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글로벌 선사들의 시장 과점화 심화다. MSC, 머스크 등 상위 10개 선사가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대부분을 장악하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로 DHL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급격한 대형화를 꼽았다.

위원회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물류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과 관련해 미국 주요 항만에 한국 물류 기업 전용 터미널 확보 등을 논의했다. 조용준 태웅로직스 대표이사는 “일정 규모, 실적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이 포워더로 등록할 수 있도록 기준을 조정하고, 재등록 평가제 도입 등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한 메가포워더 등장이 유도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영수 물류위원장은 “국내 물류 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스마트화와 대형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면서 “스마트 물류 특구를 지정하고 특구 내 실증 실험을 지원하는 정책 등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해운·물류업계의 경쟁력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된 다양한 정책 제안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과 기업들의 실질적인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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