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잠룡들…野는 이재명 독주, 與는 다자구도

탄핵 인용시 곧바로 대선 모드
朴파면 때 당일 예비후보 접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의 시선이 일제히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4일 헌재 선고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각 당은 물론 잠룡들도 헌재를 예의주시 하는 모습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주도하고, 나서서 파면 촉구를 외치는 야권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도드라진다.

다자대결 구도의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적합도 조사에서 줄곧 여야를 통틀어 1위를 내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공직선거법 사건 2심 무죄 판결로 눈 앞의 사법리스크를 덜면서 비명(비이재명)계의 경선 참여 자체를 더욱 고민스럽게 만든 상황이다.

반면 여당의 경우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 그동안 숨죽여온 잠룡들이 일제히 공식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두 자릿수 후보가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해 현역 광역단체장인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자치단체장의 경선 참여 가능성이 거론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가 4일 윤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할 경우 각 당은 곧바로 대선 모드에 돌입한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재가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파면 결정을 한 후 당일에 바로 대선 관련 선거 관리 업무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예비후보 등록 신청을 접수했다.

야권에선 이 대표가 민주당 후보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중적 인지도에 더해 지난해 치러진 22대 총선 압승으로 당내 독보적 입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한국갤럽 3월 4주차 정례 조사에서도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자유응답)에서 이 대표는 34%의 응답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여권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잠룡 5명에 대한 선호도의 총합(20%)보다 높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 공식 대권 행보를 시작할 전망이다.

특히 이 대표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야권 주자의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던 눈 앞의 사법리스크를 지웠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 출마를 검토하던 비명계 주자들은 이 대표가 무죄를 받으면서 경선 참여 자체를 더욱 심각하게 검토하는 상황이 됐다.

여권의 경우 조기 대선이 현실화 되면 복수의 잠룡이 당내 경선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경선 레이스가 곧바로 시작될 전망이다. 성향과 입장 등에 따라 개인차는 있지만 짧을 수밖에 없는 조기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이른바 ‘애도 기간’을 마냥 길게 가질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한 여권 인사 측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기조는 똑같이 유지 중이다. 결과를 본 후 차분하게 분위기를 살필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세론’이 두텁다는 점도 여권 잠룡들로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권 잠룡들은 지난 2월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종결 즈음부터 강연, 책 발간 등을 통한 공개 일정과 SNS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다가 선고 임박 관측이 나오면서 움직임을 차츰 자제해왔다. 로키(low-key) 모드로 윤 대통령 파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지난 1일 헌재가 선고일을 정한 후 여권 잠룡들은 같은 날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적으로 선고 관련 메시지를 냈는데 대체로 ‘어떤 결과든 승복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대통령, 여야 정치권 모두 존중하고 승복해야 한다”고 적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정치권은 여야 모두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그 결과에 모두가 승복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대용·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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