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율, 타 국가 비해 높아”
“기업들 對美투자, 개별보다 패키지가 효과적”
“정상 대 정상 커뮤니케이션 못해 아쉬워”
“日과 협력하면 협상력 높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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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응해 국내 여러 기업들이 연합해 ‘대미(對美) 투자 패키지’를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개별 기업 차원보다는 다수의 기업들이 공동 대응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얻는 데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일본과 협력한다면 대미(對美) 통상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며 한일 간의 전략적 협력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 오전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위원으로 있는 여 전 본부장은 이날 한국에서 열린 세미나에 직접 참석해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분석하고 우리 기업들의 대응책을 제시했다.
여 전 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최근 미국 내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주요 업종 투자에서 중요한 기여를 했는데 25% 상호관세를 부과한 건 높게 나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의 실질 관세율이 무관세에 가깝다는 점이 제대로 고려됐는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얼마든지 협상의 여지가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당당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 “협상의 시작점일 뿐 최종 종착점은 아니다. 일희일비할 필요 없이 차분하게 대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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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왼쪽 다섯번째)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내빈들이 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인원 고려대 명예교수, 허윤 서강대 교수, 정철 한경협 CRO 겸 한경연 원장,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최병일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톱 다운(Top-down)’ 스타일인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장관이나 실무자급 인사들이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고 장관이나 아래 실무자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며 “정상 대 정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그 점이 안 돼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정치 환경이 안정돼 대미 협상에 힘을 실어줘야 우리한테도 더 좋은 합리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관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하며 특히 국내 기업들 간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여 전 본부장은 “일본은 소프트뱅크 회장이, 대만은 TSMC가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각각 1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며 “우리나라는 한 개 기업이 그 정도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할 수 없다면 모아야 한다. 각자도생식으로 여기서 한 번 저기서 한 번 발표하기보다 우리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모아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크레딧(신뢰)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과의 협력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여 전 본부장은 “한일 간의 전략적 얼라인(동맹)이 강화됐다고 본다”며 “미국과 중국에 대응하는 일본의 처지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협력한다면 대미 협상력은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호관세 대상에서 빠진 반도체·자동차·철강·바이오·알루미늄 등 5개 업종에 대해선 향후 품목별 관세부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여 전 본부장은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의 목적과 방식은 차이가 있다”며 “백악관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도 향후 협상할 수 있다며 열린 자세를 보였지만 품목별 관세에 대해선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5개 업종에 대해선 진심”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