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연도 변경 시점 맞춰 주요 거래선·협력사 인사
도쿄에 공용업무공간 준비
‘스타게이트’ 손정의 회장 두달만에 재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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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숨가쁜 해외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을 방문해 글로벌 CEO(최고경영자)들과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과 미국 정부의 배타적 통상 정책 발표 등으로 대내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고객사와의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오후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달 22~28일 중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지 5일만이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경제안보전략TF(태스크포스) 회의로 만난 자리에서 일본 출장 계획을 암시한 바 있다. 그는 한 총리와의 대화 중 “지난주 중국 일주일간 갔다”며 “사실 5~6일 일본에 간다”고 말했다.
이번 일본 출장에서 이 회장은 주요 거래선과 협력사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삼성은 이건희 선대회장부터 전통적으로 매년 이 시기 일본을 찾았다. 일본은 회계연도가 3월 31일에 끝나고 4월부로 기업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연례 행사격이긴 하지만,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 리스크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만날 경영진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재회할 가능성이 나온다. 지난 2월 이 회장과 손 회장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3자 회동하고 500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립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와 관련해 논의했다. 스타게이트에는 6만4000개의 엔비디아 AI 칩 ‘GB200’가 탑재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핵심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일본 도쿄 오테마치 지역에 공용 업무 공간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 회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의 일본 출장이 매우 잦은 것을 고려해 편의성을 늘리기 위함이다. 이를 거점으로 일본 업체들과의 소통도 확대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중국 출장에서는 샤오미, BYD 등 전기차 업계와 연쇄 회동을 가지며 전장(자동차부품) 사업에 힘을 실었다.
‘중국발전포럼(CDF) 2025’ 개최 전날인 22일 아몬 퀄컴 CEO와 함께 샤오미의 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레이쥔 회장을 만났다.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선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지만, 최근 전기차로 사업을 확대하며 잠재적 핵심 고객사로 꼽힌다. 24일에는 남부 광둥성 선전에 있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 본사를 방문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전장·오디오 부문 자회사인 하만 등에서 전기차 업체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
28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글로벌 CEO 면담에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미중 통상 갈등으로 수출 규제 등이 강화되며 시설 고도화 및 투자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국 고위급 인사와의 네트워크를 늘리며 중국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2년 전인 2023년 CDF 참석 당시 이 회장은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천민얼 톈진시 서기와 면담하기도 했다.
한편, 2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정부가 상호 관세 발표로 삼성전자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반도체 등 핵심 사업은 제외됐지만, IT기기는 상호 관세 품목에 포함돼 수요 부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스마트폰, PC 등 세트 사업을 맡고 있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DX부문장 직무대행으로 노태문 사장을 선임하며 안팎의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노 사장은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을 이끌며 갤럭시 신화를 이뤄낸 주역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