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콕 집은’ 한국車 25% 관세 폭탄…“대미 수출 핵심 산업군 연쇄 타격 불가피” [트럼프 관세 후폭풍]

트럼프 “韓日 동맹국이 더 나빴다” 직격
상호관세 피했지만 추가 관세(10%) 가능성 여전
“자동차·부품 등 당분간 대미수출 ‘고통’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로즈 가든의 상호관세 발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25%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한 가운데 우리 수출 기업들에 막대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밀기계나 차량용 부품, 자동차와 배터리 등 작은 관세율 차이로 경쟁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산업군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3일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진행한 연설에서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금전적 무역 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면서 “무역 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고, 일본에서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지적했다.

직접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업계를 겨냥하면서, 수출 산업에 대한 제재 의사를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율을 0%로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비관세 장벽을 통해 50%의 관세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트럼프 정부가 우리나라에 부과된 상호관세율은 유럽연합(EU·20%)이나 일본(24%) 등, 다른 우방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산업계는 우리나라에 약 20% 수준의 상호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기존 대비 5%p(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앞서 미국이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우리나라 수출액 증가율 전망치는 5%에서 -3%로 8%p(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6836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호관세 부과를 통한 수출액은 6631억 달러로 떨어진다. 기존 전망치보다도 547억달러(약 80조원) 낮다.

실제로 25%의 관세율을 먼저 맞은 철강업계에서는 지난달 대미 철강 수출액이 2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1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막대한 물량이 오가는 철강 제품의 시장 상황에 비춰봤을 때 계약이 이뤄진 후 더욱 직접적인 타격은 2~3개월 후에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2107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우리 제조기업의 미 관세 영향 조사’ 설문조사에서는 국내 제조기업 중 60.3%가 미국 관세정책 영향권에 있다고 답했다. 이 중 46.3%가 ‘간접 영향권에 있다’라고 응답했고, 14%는 ‘직접 영향권에 있다’라고 답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이 중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관측된 업종은 배터리(84.6%)와 자동차·부품(81.3%)이었다. 3개 산업군 모두가 실제 완성차 업체와 이에 따르는 후방 산업군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발표한 지난해 자동차 대미수출량은 143만2713대로 전체 수출(278만 2612대)에서 51.5%를 차지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수출(217만 7788대)의 46.6%인 101만 3931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약 170만 대)의 58.8%가 국내에서 수출된 셈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국내 공장 가동률이 100% 넘는 수준(현대차 102.9%, 기아 103.1%)을 유지할 수 있던 것도 이런 영향이 작용한 결과다.

GM한국사업장의 경우 생산량에서 미국 수출 비중이 차지하는 비율이 88.5%에 달한다. GM한국사업장의 창원·부평공장에서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등 가격에 민감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지에서의 가격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완성차 업계 일각에서는 GM한국사업장이 국내 사업장을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감이 감지됐다. 헥터 비자레알 GM한국사업장 사장은 지난달 31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올 피플 미팅’에서 “(GM은) 관세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고 꾸준히 상황을 준비해왔다”면서 “미국 자동차 관세 여파에도 현재 부평과 창원 공장 모두 일정한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도 현대차·기아의 미국 신규 공장 가동에 한국GM의 수출 물량까지 고려하면 미국의 25% 관세 부과 시 국내 생산분 70만~90만대 분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미 자동차 수출 역시 20.5% 감소할 것으로 봤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당장 현지에서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세를 감안해 국내 생산 차종의 수출에서 오는 이익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라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현지에 제조공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방안을 마련하겠지만 국내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요처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우려감이 뒤따른다”라고 걱정했다.

현대차 울산 3공장에서 아반떼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부품업계도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분석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2200만 달러(글로벌 산업서 36.5% 비중)에 달했다. 지난 2021년 69억1200만 달러에서 2022년 80억3000만 달러, 2023년 80억8700만 달러로 수출액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럽연합(17.3%·38억9000만 달러), 멕시코(9.5%·21억5300만 달러), 중국(6.4%·14억5400만 달러), 아세안(5.8%·13억100만 달러), 인도(4.1%·9억2100만 달러) 등 주변국을 모두 앞지른 수치다.

이는 현대차그룹 등 우리 완성차 업계가 현지에 생산을 늘리는 상황에서, 입소문을 타고 우리 부품업계가 생산한 제품이 현지 완성차 업체에도 유통되기 시작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관세 부과를 통해 당장 완성차 업체가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없는 만큼, 부품업계도 이에 따른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우리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절반은 현재 국내에서 생산된 부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앞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따라 25%의 관세를 이미 부과받은 자동차와 철강 등 산업군은 추가적인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강과 자동차는 기존 25%의 관세에 이번 상호관세 25%를 적용한 50%의 관세율이 아닌, 기존 25%의 관세만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한국에 적용되는 관세가 35%가 될 것이란 우려감 역시 도사리고 있다. 백악관이 ‘최악 국가’(더티 15)에 추가 관세 10%를 부과한다고 밝힐 수 있다고 시사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별 차트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9일부터 ▷중국에는 34% ▷대만엔 32% ▷베트남엔 46% ▷인도 26% ▷태국 36% ▷스위스 31%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각국에 책정된 관세는 ‘현지에서 미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됐다’는 것이 미국 상무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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