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기념사업 등 대부분 혜택 사라져
‘자연인’으로 돌아가, 불소추특권도 박탈
![]() |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23분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을 결정하면서 윤 대통령의 정치 인생도 막을 내리게 됐다. 헌정사상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 정계 입문 8개월만에 속전속결로 대권을 쥔 윤 대통령은 4일로 역사상 두번째 파면된 대통령이 됐다.
‘자연인 윤석열’로 돌아가게 되면서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모든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현직 대통령에게 보장된 형사상 불소추 특권도 모두 사라진다. 헌재의 파면 결정과 함께 윤 대통령은 조만간 관저 칩거생활도 정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필요기간 경호·경비 등 제외하고 대부분 혜택 박탈 = 만일 윤 대통령이 5년의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쳤거나 자진 사퇴했다면 연금과 기념사업, 경호 및 경비, 교통·통신 및 사무실, 병원 치료,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받는다. 연금 지급액은 현직일 때 받았던 연간 보수의 95% 수준이다. 윤 전 대통령의 올해 연봉은 지난해보다 3% 오른 2억6200만원으로 결정됐다.
실제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 중일때도 급여는 정상 지급받아왔다. 그간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순 없지만 ‘대통령’ 호칭과 월급, 경호 등 대통령 예우는 그대로 유지했었다.
하지만 이번 파면 결정으로 대부분의 혜택은 모두 사라지게 됐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은 이런 예우의 예외 대상으로 ▷재직 중 탄핵결정 ▷금고 이상의 형 확정 ▷형사처분 회피 목적의 해외 도피 ▷대한민국 국적 상실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다른 예우를 박탈하더라도 ‘필요한 기간의 경호·경비’는 제외로 규정으로 하고 있다. 탄핵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대통령이라도 ‘최고 수준’의 국가기밀을 다뤘던 만큼 적절 수준의 경호는 필요하다는 취지다.
다만, 경호 기간은 줄어든다. 정상적으로 퇴임했다면 최대 15년(10년 + 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중도 퇴임하는 경우엔 최대 10년(5년 + 5년 연장)으로 축소된다. 대통령 경호처가 맡게 될 10년의 경호 기간이 끝나더라도, 이후 경찰이 필요에 따라 적절한 경비 인력을 투입할 수는 있다.
![]() |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 |
현직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도 사라진다. 아울러 향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할 수 없게 된다. 제도 취지상 사면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윤 대통령의 파면으로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상설특검 요구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은 형사재판도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이 관저 생활을 언제 정리할지도 관심사다. 현행 법에는 탄핵된 대통령이 언제까지 관저를 퇴거해야 하는지에 대한 별도의 규정도 없다. 다만, 대통령 신분이 박탈된만큼 관저 생활을 오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파면 결정이 나자 서둘러 청와대 내 관저를 떠났다.
윤 대통령이 헌정 사상 파면된 두번째 대통령으로 남은 가운데 조기대선의 막도 본격적으로 올랐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파면 시 60일 이내에 다음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연합] |
▶검사 출신 최초 대통령에서 두번째 파면 대통령으로 = 윤 대통령은 윤기중 연세대 교수 부부의 장남으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해 ‘9수’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김건희 여사와는 2년 교제하다 2012년 윤 대통령이 52세일 때, 백년가약을 맺었다.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처음 국민들에게 알린건 2013년이다. 당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하면서 상부의 반대를 뚫고 소신을 지켜간 검사로 각인됐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윤 대통령이 남긴 어록 중 하나다.
이후 윤 대통령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사태’를 담당한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팀장으로 명성을 떨쳤다.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고 2019년 6월에는 검찰총장직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에서 고초를 겪던 윤석열 검사가 적폐청산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를 만나 그야말로 승승장구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총장 시절에도 ‘조국 사태’ 등을 포함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며 다시 혹독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의 대립 끝에 임기 몇개월을 남기고 중도 사퇴하게 된다.
![]()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대선 운동 기간 지지자들의 환호에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로 화답하는 모습. [연합] |
검찰총장 사퇴 약 4개월만인 2021년 6월 정계에 발을 디뎠고, 이후 대권가도를 걸었다. 같은 해 11월에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다 대권을 차지했다.
윤 대통령은 각종 개혁과제를 내세우며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을 모색했다. 하지만 임기 내내 이어진 낮은 지지율, 거대 야당과의 갈등과 대립 등을 반복하다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됐다. 2022년 5월 10일 출범한지 1061일만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