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포고령 1호 등 ‘파면’ 결론
[헤럴드경제=박지영·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윤 대통령은 헌정 사상 두번째로 탄핵 소추로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4일 오전 11시 22분.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 사건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의 탄핵 인용으로 마무리 됐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안 통과 후 111일 동안의 장고(長考) 끝에 내린 결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1060일 만인 이날 ‘전직 대통령’이 됐다. 헌법재판소는 12·3 비상계엄은 계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한 계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은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선고 시작 21분이 지나자 문 권한대행의 눈이 시계로 향했다. 문 권한대행은 시각을 확인한 후 “주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3일 대한민국 전역을 불안으로 몰아넣고,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도 분열을 부추긴 윤 대통령에게 내려진 ‘퇴장’ 명령이다. 대통령 파면 효력은 선고 즉시 발생한다.
문 권한대행은 “국가긴급권을 한계를 벗어나 행사해 대통령으로서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문 권한대행이 파면을 선고하는 순간 방청석에서 순간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일부 방청객들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석동현 변호사와 도태우 변호사는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대화를 나누며 늦게까지 법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어 문 권한대행은 국회 측이 제기한 탄핵 소추 사유를 하나하나 언급하며 위헌·위법이 있는지,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문 권한대행은 ‘계엄 선포’와 관련해 “헌법과 법률은 비상계엄 실체로서 군사상 필요에 의하거나 공공의 안녕 질서 유지를 위할 것을 요구한다”며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 부정선거 의혹 등은 정치적·제도적·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는 뜻이다.
경고용·호소용 계엄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도 배척했다. 문 권한대행은 “계엄법이 정한 계엄 상황이 아니다.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않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등 법률 위반 행위로 나아갔으므로 경고성·호소용 계엄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또 12·3 비상계엄이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헌법상 계엄의 선포·해제는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고,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사령관 임명 역시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하다. 문 권한대행은 “계엄 선포 전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에게 계엄 선포 취지를 간략하게 설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계엄사령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는 등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모두가 숨죽여 지켜본 ‘국회의 밤’도 탄핵 소추 사유로 인정됐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증언한 국회 의결 해제 방해 지시, 홍장원 전 국장원 1차장이 주장한 체포조 의혹에 윤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군경을 투입해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을 위반했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 특권을 침해했다”며 “나라를 위해 봉사한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 통수 의무를 위반했다”고 했다.
‘일체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포고령 1호의 위헌성도 지적했다. 문 권한대행은 “국회, 지방의회, 정당 활동을 금지해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침해했다.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 행동권, 직업의 자유도 침해했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과 법조인 체포 지시도 인정했다. 문 권한대행은 “영장없이 선관위를 압수수색해 독립성을 침해하고 영장주의를 위배했다”며 “필요 시 체포할 목적으로 위지확인을 시도했다. 사법부로 하여금 언제든지 체포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해 사법권에 대한 독립을 침해했다”고 했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계엄을 선포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정치, 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해 사회를 통합해야 하는 직무를 위반했다”고 했다.
문 권한대행은 11시 22분게 선고를 마친 후 김형두 재판관의 어깨를 두드리며 법정을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출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를 떠나게 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내란 형사재판도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