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부담 없는 BYD, ‘불매 낙인’ 테슬라와 격차 더 벌리나 [여車저車]

BYD, 작년 이어 올해 1월 글로벌 시장 ‘1위’
테슬라, 中 지리그룹에 2위도 내줘
BYD, 美서 전기버스만 소수 판매…관세 영향 미비
테슬라,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서 불매 확산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BYD 씰’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중국 BYD와 미국 테슬라 간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모양새다. 대미 수출이 사실상 전무한 BYD가 이른바 ‘트럼프 관세’ 영향에서 벗어나 미국 외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테슬라는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정치 행보에 따른 불매 운동에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BYD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작년 동기 대비 39% 늘어난 41만6388대를 판매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같은 기간 33만6681대를 판매하며 2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 줄어든 수치이자 지난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판매량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한 순수 전기차 시장 기준 테슬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179만대를 판매, 근소한 차이로 BYD(176만대)로부터 1위를 지켰지만, 올해 들어 1분기 만에 자리를 빼앗겼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조치와 더불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으로 확산하는 테슬라 불매 움직임 등을 이유로 당분간 양사 간 판매량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BYD 파리 대리점 [AFP]


BYD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전기 승용차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 공장에서 전기 버스만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일반 개인이 아닌 기업이 주 고객이다. 때문에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이미 글로벌 주요 브랜드가 가격 인상에 나서거나 일시적으로 미국 수출을 중단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행보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미국 현지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지 않은 영국 대표 완성차 업체인 재규어랜드로버는 4월 한 달간 미국 수출 중단을 결정했고, 이탈리아 하이앤드 브랜드 페라리는 일부 모델 차량 가격을 최대 10% 인상했다.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등 미국 판매 비중이 높은 일부 브랜드의 경우 가격 동결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업계에선 미국 관세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세 부담이 없는 BYD는 올해 들어 한국과 유럽 등 비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지난 1월 사상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데 이어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스위스에도 매장을 오픈한 BYD는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550만대, 중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 전년 두 배 규모인 8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마이애미의 테슬라 대리점 [AP]


테슬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는 머스크의 과도한 유럽 지역 정치 개입 이슈 등으로 촉발한 불매운동 여파에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프랑스에서 3157대, 스웨덴에서는 911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각각 36.83%, 63.9% 감소한 수치다. 덴마크(593대)와 네덜란드(1536대)에서도 각각 65.6%, 61% 줄었다.

1분기를 기준으로 해도 프랑스 41.1%, 스웨덴 55.3%, 덴마크 55.3%, 네덜란드 49.7%, 노르웨이 12.5% 등 두자릿수대 감소율을 보였다.

미국에 이어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3’ 인도량은 17만2754대로 지난해 1분기(22만876대)보다 22% 줄었다. 이는 2022년 2분기 12만2100대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인도량에는 중국 본토 판매와 수출이 포함된다.

테슬라 주가 역시 연일 내리막 곡선을 그리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이후 15% 넘게 떨어져 지난 4일 239.43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479.86달러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지난달 조지아주 디케이터에서 테슬라 불매 운동이 진행 중인 모습. [AP]


월가의 전망도 밝지 않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테슬라 목표주가를 종전 550달러에서 315달러로 약 43% 하향 조정했다. 빅테크 분석 전문가로 알려진 아이브스는 지난 4년간 테슬라 주식에 ‘매수’ 등급을 매기며 테슬라 강세를 전망하며 ‘테슬라 낙관론자’로 평가받아 온 인물이다.

아이브스 역시 테슬라의 부진 요인으로 머스크의 정치 개입을 꼽았다. 그는 “테슬라는 본질적으로 전 세계에서 정치적 상징이 됐다”라며 “머스크에 대한 광범위한 반감이 테슬라의 시장 기반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는 단순히 자동차뿐만 아니라 철강·부품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테슬라의 경우 관세 이슈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이 아닌 데다 유럽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불매의 상징’으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과의 점유율 경쟁에서 더욱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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