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D-1 ‘언제나 슬기로울…’…전공의 집단사직으로 겪은 1년 여 ‘마음 고생’

올해 상반기도 불투명하다 극적으로 편성

신원호PD “전공의 안 돌아와도 드라마로 봐달라”

 

12일 첫방송하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tvN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하필이면 딱 전공의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바람에…”

원래라면 지난해 상반기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이 전파를 탔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의대 정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사상 초유의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이어지면서 긴 ‘악연’이 시작됐다.

예정보다 1년 이상 늦어졌지만, 그래도 오는 12일 밤 첫 방송이 결정된 것 자체가 극적이다. 지난해 12월3일 tvN 채널이 2025년 라인업을 공개할 때만 해도 ‘언슬전’은 목록에서 빠져있었다. 당시 방송가에서는 “누가 이런 사태를 예측이나 했겠느냐, 의정 갈등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이니 언제 방송할 수 있을지 가닥도 안 잡힌다”며 당분간 작품 공개가 회의적일 것으로 봤다.

산부인과 1년차 레지던트 ‘오이영’을 연기하는 배우 고윤정.tvN 제공

그러나 해가 바뀌고 지난 1월 tvN은 2025년 드라마 주요 라인업을 확정 발표하며 ‘언슬전’을 4월 편성에 포함했다. 다만 여전히 현실 세계에선 전공의들이 수련 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라 드라마가 그려낼 모습은 정말로 ‘허구’가 되고 말았다.

직역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젊은 의사들을 바라보는 여론은 냉랭하다. 1~4년 차 산부인과 레지던트(전공의)들이 동고동락하며 휴머니즘 스토리를 펼칠 ‘언슬전’이 시청자에게 안겨줄 괴리감은 이미 예견된 경로다. 첫 방송 날짜 확정 소식이 나오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거야말로 진짜 한국형 판타지 아닌가”, “지금 병원에 환자 살리겠다고 뛰어다니는 전공의가 어딨나. 이제 의사에 대한 환상은 다 깨졌다”, “산부인과에 전공의가 5명이나 있다고?” 등의 냉소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의료 사태에도 불구하고 앞선 메디컬 드라마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나 디즈니플러스 ‘하이퍼나이프’는 각각 웹툰 원작으로 한 히어로물과 스릴러 장르물의 색이 짙기에 시청자들이 현실을 깊게 투영해 바라보지 않았다. 하지만 ‘언슬전’은 본류인 ‘슬의생’이 갖는 특성상 시청자들이 더욱 이야기가 땅에 발붙였는지 여부를 유심히 따지게 됐다.

지난 10일 열렸던 제작발표회에서 신원호PD(‘언슬전’ 크리에이터)와 이민수 감독도 이런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신PD는 “우리 팀에게 특히 ‘현실성’을 요구하는데, 드라마는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허구로 만들어내는 것이고 디테일을 리얼리티로 살릴 뿐이지 모든 현실을 반영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드라마를 두고 ‘판타지’라고 하는 것을 안다”며 “뭐라고 불리건 크게 상관은 없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방영이 1년이나 밀리면서 그 사이 주연 배우들의 신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으로 전공의 5인방 중 한 명인 ‘엄재일’역의 배우 강유석은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양은명 역을 맡아 라이징스타가 됐다. 2018년에 데뷔한 그는 그간 대중에 뚜렷이 이름을 각인시키지 못하다 ‘폭싹’에서 먼저 빛을 본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촬영 순서와 상관없이 ‘언슬전’이 먼저 나왔겠지만, 결과적으론 촬영 순서대로 ‘폭싹’ 다음으로 ‘언슬전’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게 됐다. 강유석은 제작발표회에서 “은명이가 의사가 됐다”고 ‘배우 개그’를 하기도 했다.

전공의 5인방 중 ‘표남경’으로 분한 배우 신시아는 “마녀2 이후 공백기를 가지다 오랜만에 만난 차기작이 ‘언슬전’이었다”며 “촬영하면서 너무 꿈만 같았었다”고 말했다. 그 역시 방송이 1년 이상 지연되면서 이번 달에 드라마 ‘언슬전’과 영화 ‘파과’(손톱 역. 이혜영 아역)로 동시에 시청자와 관객을 만나게 됐다.

한편 오는 12일 밤 9시 10분에 시작하는 ‘언슬전’은 율제병원의 분원 ‘종로 율제병원’ 소속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의 병원 생활과 우정 이야기를 그린다. 이민수 감독과 김송희 작가가 의기투합했고, 신원호PD과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제작 전반에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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