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비용’ vs 女 ‘상대 없음’…결혼 안하는 이유도 온도차

인구보건복지협회, 제2차 국민인구행태조사(2024년) 주요 결과 발표
男 ‘전세·학력·정규직’ vs 女 ‘육아·시댁’ 순으로 이성의 요구치 부담


결혼식 [연합]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미혼자들이 결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남성은 ‘결혼생활비용 부담’을, 여성은 ‘기대에 맞는 상대 없음’을 꼽았다.

이성의 요구치가 높아 부담스러운 항목으로는 남성은 ‘전세’, ‘학력’ 등을 들었고, 여성은 ‘육아’, ‘시댁’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해 10월 전국 거주 만20~44세 미혼, 기혼 남녀 각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차 국민인구행태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결혼 의사 없거나 미정’ 男 41.5%, 女 55.4%


먼저 미혼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 의향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않은 비율은 남성 41.5%, 여성 55.4%로 나타났다.

결혼 의향이 없거나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고 응답한 미혼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조사한 결과, 여성은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19.5%)를, 미혼남성은 ‘결혼 생활의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서’(25.4%)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남녀 의견차가 큰 항목으로 미혼남성은 ‘결혼생활 비용 부담’과 ‘낮은 소득’에서 여성보다 각각 13.8%포인트, 7.2%포인트 높았다. 반면 미혼 여성은 ‘가부장적 가족 문화·관계가 싫어서’와 ‘결혼생활로 인해 본인의 커리어에 영향을 줄까 봐’에서 남성보다 각각 9.4%포인트와 8.7%포인트 높았다.

미혼 남녀는 이성에 대한 결혼 조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미혼남성은 남성이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건보다 여성이 희망하는 조건이 더 높은 항목으로 ‘전세 자금 마련’, ‘학력’, ‘정규직 여부’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미혼여성은 ‘시댁과 가까이 지내기’, ‘육아가사 참여’ 순으로 조사됐다.

미혼남녀 모두 ‘육아휴직 제도’를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남성 88%, 여성 90.7%로 높게 나타난 반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인지율은 40~50%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육아휴직 사용률’ 여성(49.6%)이 남성(24.0%)의 약 두 배


기혼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에 대해 기혼남녀 모두 육아휴직 사용 기간 ‘1년 이상(남성 43%, 여성 37.9%)’을 가장 선호했다.

그러나 2위 3위로 남성은 ‘3~6개월 이내(18.1%)’와 ‘9~12개월 이내(17.6%)’를 선호한 반면, 여성은 ‘9~12개월 이내(24.9%)’와 ‘3~6개월 이내(17.6%)’ 순으로 나타났다.

기혼남녀 모두 ‘영유아 돌봄 시기 유연근무제 사용을 희망’(여성 94.5%, 남성 90.8%) 한다고 응답했다.

유연근무제로는 기혼남녀 모두 ‘재택 근무’(남성 35.1%, 여성 29.4%)와 ‘시간 선택제’(남성 33.6%, 여성 39.2%)를 선호했고, 특히 기혼여성은 ‘시간 선택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자녀 기혼 ‘육아휴직 사용률’은 기혼여성(49.6%)이 기혼남성(24.0%) 대비 두 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출산전후 휴가’(54.2%), 남성은 ‘배우자 출산휴가’(40.4%) 경험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하는 모든 부모에게 육아휴직 및 출산전후 휴가 등을 확대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 기혼남녀 모두(남성 95.7%, 여성 98.9%) 높은 동의(약간 동의함+매우 동의함)를 보였다.

‘식당 및 카페에서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으로 인한 방해’에 대해 기혼남녀 모두 우려(남성 38.7%, 여성 44.4%) 한다고 응답했고, 기혼남성은 ‘도서관’(47.6%), 기혼여성은 ‘영화관’(57.2%)에서의 방해를 가장 신경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자료]


미혼여성 ‘양육 보다 일 중요’


‘삶의 가치 우선순위, 양육 우선순위, 남성 육아휴직 사용 태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미혼여성은 ‘일’(50.4%)을 더 중시하는 유일한 집단으로 나타났고, 다른 집단은 모두 ‘양육’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양육에서 ‘경제적 자원’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모든 집단에서 높게 나타났지만, ‘시간적 여유’의 중요성도 40%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혼여성(44.4%)의 경우 ‘시간적 여유’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여성(74.4%), 기혼여성(71.3%), 기혼남성(68.8%), 미혼남성(65.6%) 등 모든 인구 집단에서 남성 육아휴직의 ‘의무적 시행’은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자료]


이번 조사를 총괄한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2040 세대의 가치관과 태도가 결혼과 출산에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조사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남녀 모두가 결혼과 출산이 패널티가 아닌, 베네핏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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