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지역의 역설…물류는 되고 제조는 막히는 현실에 개탄
![]() |
| 박성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이 지난 25일 집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진경제구역청 제공] |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BJFEZ) 항만배후단지는 메가포트를 가진 경제자유구역으로 전 세계를 압도할 수 있는 입지 경쟁력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은 규제 등이 앞을 막고 있어 법 개정과 제도 도입이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이같은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개청 21주년을 맞은 BJFEZ 박성호 청장은 지난 25일 집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 허브 도약을 목표로 미래 20년 혁신 성장을 이끌어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청장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투자유치 홍보 강화를 위해 전략산업유치과와 홍보미디어과를 신설하고 주요 사업장을 돌며 현안들을 챙기고 있다. 그는 그동안 부산항 진해신항이 자유무역지역인데도 ‘물류는 되고 제조는 어렵다’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규제혁신과 투자유치’라는 투트랙 전략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다음은 박 청장과의 일문일답.
-올해로 BJFEZ이 개청한 지 21주년이 되면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BJFEZ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비즈니스·물류의 심장이다. 2004년 개청 이래 세계 2위의 환적항이자 세계 7위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하는 부산항 신항을 중심으로 글로벌 첨단 및 물류산업의 거점이자 대한민국 경제의 대동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외 경제 및 산업 생태계 변화의 중심에서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투자자와 기업에 최적의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각종 규제를 풀면서 투자가 몰리고 문의가 쇄도한다.
▶BJFEZ이 항만배후단지에 적용되던 고도제한 및 입주면적 제한을 완화하면서 기업들의 투자유치가 이어졌다. 규제개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투자유치에 미치는 영향을 경자청이 사례로 입증하고 있다. 그간 항만배후단지는 항공 및 경관 등의 이유로 건축물의 고도가 20m로 제한돼 있었으며, 단일 기업별 임대 가능 면적을 15만㎡로 제한돼 있었다. 이는 대형 물류창고나 자동화 설비 구축에 어려움을 줘 잠재적 투자 기업들의 신규 투자와 기존 기업들의 사업 확장에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럼 어떤 노력을 했나.
▶경자청은 일부 배후단지의 건축물 고도 제한 규제와 면적 제한 완화를 위해 관련 부처인 국무총리실, 기재부, 해수부, 산업부 등 관계기관에 규제 개선을 계속해서 건의했으며, ‘자유무역지역 임대면적 제한(단일 항만 입주기업별 임대 가능 면적 15만㎡ 제한) 완화’와 ‘1종 항만배후단지 고도 제한 완화(40m→60m)’를 이뤘다. 그 결과 미쓰이소꼬코리아(주)의 증액 투자(482억원)가 결정됐다. 기존에는 1~2층 저층 물류창고에 머물렀던 구조가 4층 이상 대형 스마트 물류센터로 진화하면서 단위 면적당 물류 처리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부족한 부지 내에서 시설의 고밀도 입체화 및 집적화가 가능해지고, 미분양 용지의 투자유치 경쟁력 확보고 우수 기업 유치에도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유무역지역인데 물류는 되고 제조가 어렵다는 지적은 무슨 내용인가.
▶예를 들면 부산항은 국내 커피 수입의 94%를 처리하는 주요 관문이자 세계 2위의 환적항만으로 커피의 가공무역을 통한 수출에도 적합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의 항만배후단지는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외국 물품의 반입과 보관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가공 이후 발생한다. 이 지역에서 가공된 커피 제품을 반출할 경우, ‘우리나라에 도착한 외국 물품’으로 간주해 관세가 부과된다. 실제 커피 생두에는 2%의 관세가 붙고, 가공된 원두에는 8%의 관세가 매겨진다. 이 때문에 배후단지 내 기업들은 제조해 다시 수출하기보단 수도권에서 가공해 내수시장에 공급하는 편을 택하고 있다.
-BJFEZ에서 대책이 있는가.
▶핵심은 관세 부과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기존처럼 완제품에 세금을 매기지 않고, 제조가공을 위해 투입된 원료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관세법 제189조 준용)을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보세공장에 적용되는 방식과 유사하다. 즉, 자유무역지역 내 제조업체에 ‘보세공장 수준의 혜택’을 부여해 항만배후단지 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제조 활동이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또 경자청은 관세법 제44조(자유무역지역에서 생산한 물품에 대한 관세 부과 기준)의 개정을 통해 자유무역지역 내 복합 물류(물류+제조) 사업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반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규제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효과가 있는가.
▶이러한 규제 개선이 이뤄진다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항만배후단지는 단순 물류 거점을 넘어 ‘글로벌 생산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얻게 된다. 항만과 제조가 융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이 항만배후단지에 자리 잡으면, ‘커피’처럼 관련 스타트업과 로스팅 공장, 포장디자인 업체까지 하나의 업종 클러스터 조성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가공·제조 구조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항만배후단지의 변신은 단순히 제조가 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산업 구조를 바꾸는 작지만 혁신이다. BJFEZ의 이러한 움직임은 자유무역지역이라는 제도적 틀을 활용해 규제의 벽을 넘어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창원=황상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