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차다” 응급실 들른 환자 흉기 난동 피우더니 “정신과 입원 가능하냐”

강원 강릉 한 응급실서 환자 난동 피워
2시간 뒤 재방문해 정신과 입원 문의


지난 9일 새벽 3시 10분쯤 강원 강릉 응급실에서 흉기 난동을 피운 환자가 경찰에 의해 현형범으로 체포돼 끌려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강원 강릉에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의료진을 흉기로 위협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의료진은 난동을 부린 환자가 병원을 다시 찾아와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보호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1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2시 40분쯤 40대 A씨가 “숨이 차다”며 스스로 강릉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근무 중이던 응급의학과 의사 B씨는 ‘천식 발작’을 의심해 A씨를 상대로 호흡기 치료를 진행했다.

그런데 한창 치료를 받던 A씨가 갑작스레 “다른 병원으로 가겠다”며 치료를 거부했다.

이에 의료진은 “다른 병원을 알아봐 주겠다. 호흡기 치료 비용은 미수금으로 잡아둘 테니 나중에 지불해달라”고 안내했다.

그러자 A씨는 격분해 흉기 등으로 의료진을 위협하거나 폭언하며 파일철로 문을 내리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의료진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같은 날 오전 3시 10분쯤 A씨를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당시 A씨의 흉기 위협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이후 응급실은 평온을 되찾은 듯 했으나 같은 날 오전 5시쯤 A씨가 또 들이닥쳤다. 이번에는 정신과 입원을 문의하며 내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가 또 다시 난동을 부릴까 우려한 의료진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의사 B씨는 “당시 얇은 문짝 하나를 두고 경찰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며 “이제는 환자로부터 살해 위협까지 받으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은 현재 보안시설도, 방범 요원도 없이 환자의 폭언·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지역에서 인력난에 시달리며 환자를 돌보고 있는 만큼 위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해달라”고 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