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유발’ 식품업계는 속앓이…“가격 통제보다 소통이 먼저”

대선 직전까지 제품 가격 줄인상
새 정부도 물가 관리 옥죄기 전망
수출 늘고 있지만…美 관세 ‘변수’


서울 시내 대형마트.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제조원가 부담이 커진 탓도 있지만,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대선을 이틀 앞둔 내달 1일부터 매일유업, 서울장수, 진주햄 등이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 동서식품은 커피 관련 제품 출고가를 평균 7.7% 올리기로 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hy, 코카콜라, 하림 등도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 인상을 확정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료 가격이 올라 제품 가격을 불가피하게 조정하게 됐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가격을 조정해야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발 빠르게 움직인 측면도 있다”고 했다.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도 뛰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특히 가공식품 상승률은 2배 높은 4.1%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공식품의 가중치는 8.27% 수준이지만, 식탁 물가와 직결된 만큼 체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업계는 새 정부가 식품 물가에 고삐를 당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도 취임 초기부터 물가 억제를 단행했다. 일방적인 가격 통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식품 가격을 억제하면, 더 높이 튀어 오를 수도 있다”며 “기업이 각자 판단해 가격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K-푸드 열풍이 거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116억7600만달러(약 16조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대(對)미국 수출액은 19억6400만달러(약 2조6845억원)로 가장 큰 비중(16.8%)을 차지했다.

변수는 국제 곡물 가격 등 원재료 가격 변동성과 환율 리스크다. 특히 K-푸드 열풍으로 성장세를 탄 라면 업계가 환율 등 대외 변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제품을 생산하는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해외 공장은 중국에만 있다. 고환율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조 원가는 더 오를 수 있어 대안을 고민 중이다. 카카오, 커피 원두, 팜유 등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다른 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업계와 소통창구를 마련해 대외 변수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문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지금은 콘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민관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품목별로 세밀하게 관세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불확실한 관세 정책도 업계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가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만난 데 이어 22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간담회를 연 것도 미국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미국은 관세를 올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다른 것을 올리기 위해 관세(카드)를 던진 것”이라며 “협상을 해봐야 안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관세와 관련해) 한국에 이익이 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대통령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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