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대 샌들 베껴 명품?” 프라다 신상에 ‘이 나라’ 발끈한 이유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에 등장한 프라다의 2026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 샌들. [프라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10달러대 인도 전통 샌들, 프라다 로고 달고 하루 아침에 명품이 됐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최근 선보인 신제품 샌들을 두고 인도에서 “문화 도용” 논란이 거세다. 인도의 전통 가죽 샌들인 ‘콜라푸리 차팔(Kolhapuri Chappal)’을 차용한 신상 디자인 때문이다. 현지 장인이 만든 오리지널 제품조차 10달러대에 팔리는데, 디자인 출처를 밝히지 않은 프라다의 ‘2차 디자인’ 제품이 수십, 수백배 값에 팔리게 될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인도 전통 신발 ‘콜라푸리(Kolhapuri)’ 샌들이 뉴델리의 한 상점에 진열돼 있다. [로이터]

 

프라다, ‘T자 스트랩 샌들’ 공개…인도인들 “이건 콜라푸리다”

논란은 지난달 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6 봄여름 시즌 프라다 남성복 패션쇼에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프라다는 T자 형태의 스트랩 샌들을 선보였는데, 이를 본 인도인들은 자국 전통 신발인 ‘콜라푸리 차팔’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콜라푸리 차팔은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콜라푸르(Kolhapur) 지역에서 유래한 수제 가죽 샌들이다. 밑창이 납작하고 육포처럼 마른 질감의 전통 신발로, 수세기 동안 장인 정신이 이어져온 현지의 문화적 상징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프라다 2026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서 한 모델이 샌들을 신고 워킹하고 있다. [로이터]

이후 현지 SNS를 중심으로 ”프라다가 우리 문화를 무단 차용했다“는 비난이 확산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한 켤레 수천 루피밖에 안 되는 신발을 누군가는 런웨이에서 럭셔리로 포장해 팔고 있다”, “전통 장인의 디자인은 무시하면서, 브랜드 로고 하나 붙이면 예술이 되느냐”, “값은 수십 배, 설명은 두 줄짜리 ‘영감’이면 끝?”이라는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프라다 “영감 맞다” 시인…“과도한 민족주의” vs “문화 자산 훔쳤다”

여론이 들끓자 마하라슈트라주 상공회의소는 프라다 측에 공식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프라다 그룹은 성명을 내고 “인도 마하라슈트라와 카르나타카의 특정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전통 신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현지 장인 공동체와 의미 있는 교류를 위해 대화를 시작했다”며 “마하라슈트라주 당국과도 접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도 내 반응은 엇갈린다. 패션 칼럼니스트 카니카 갈로는 “프라다가 이 디자인을 통해 어떤 상업적 계획을 갖고 있는지 밝히지 않은 것이 핵심 문제”라고 말했다. 지식재산권 변호사 수방 나이르도 “콜라푸리 차팔은 인도의 ‘지리적 표시(GI)’로 보호되는 문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과도한 반응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도의 유명 디자이너 라그하벤드라 라토르는 “1000~3000루피(약 1만5000~4만7000원)밖에 안 되는 콜라푸리 샌들이 프라다 쇼에 등장한 건 오히려 축하받을 일”이라며 “지나친 민족주의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