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늘 방미 통상본부장, LNG 수입 확대안 들고 간다…산업부 “알래스카 사업 참여는 곤란”

오늘 오전 국회 보고 후 오후 출국
현재 미국산 수입량인 564만톤에서 추가
국정기획위원회의 업무보고에서 의견 제출


여한구(오른쪽)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왼쪽)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하워드 러트닉(가운데) 미국 상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시한(7월 8일)이 임박한 가운데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통상 협의를 위해 출국한다.

여 본부장은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수입 확대 방안 카드를 들고 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항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는 리스크가 많다는 점에서 참여가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린 만큼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한미 관세 협상 추진계획’을 보고한 후 오후에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우리나라는 대미협상 카드로 LNG 수입을 늘리는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텍사스산 등 미국산 LNG 수입량이 564만톤인데, 이를 더 늘리는 방안을 비중있게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라고 한정하지 않고 미국산 LNG 수입 확대안을 갖고 있다”면서 “여 본부장이 이 방안을 들고 미국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요청에 대해서는 리스크를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참여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정기획위원회의 업무보고에서 “알래스카 LNG구매 요청은 도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가격경쟁력 등 엄격한 요건아래 검토 가능하나, 투자요청은 리스크 고려시 검토 곤란하다”고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배관·액화플랜트·전처리 설비 관련 자료와 LNG 판매가격, 프로젝트 파이낸싱 계획, 건설 일정, 인력·자재 수급계획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국제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두고 한국 정부가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부터 미국산 LNG를 도입해왔으며, 이는 셰일가스 붐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국내 LNG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LNG 수요 감소, 높은 가격, 기존 장기계약 구조를 고려할 때, 미국산 LNG 확대는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특히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약 20년간 추진됐음에도 아직 장기 구매계약이 없고, 전체 물량의 최소 80% 이상이 계약돼야 금융조달이 가능한 구조다. 한국가스공사(KOGAS)는 2017년 알래스카 가스라인개발공사(AGDC)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경제성 문제로 사업 참여를 보류한 바 있다.

IEEFA는 “2025년 5월 기준 LNG 현물가격은 백만BTU당 10.50달러 수준으로, 한국이 한미 무역적자(2024년 기준 660억달러)를 LNG 구매로 해소하려면 연간 1억2100만톤 이상의 LNG를 구매해야 한다”며 “이는 한국 연간 수입량(46.3Mt)의 2.5배 규모로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전체 연간 LNG 수출량(88Mt)과 비교해도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LNG 수요가 2023년 5% 감소했으며, 2030년까지 20% 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최근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8년까지 전력원 중 가스 비중을 28%에서 10.55%로 줄이기로 해 LNG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2050년 순배출제로(net zero) 달성 목표와 LNG의 화석연료 속성도 상충한다고 분석했다.

일본도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 참여보다는 미국산 LNG 수입량을 3배로 늘리기로 발표한 상태다. 일본 최대 발전 사업자인 JERA는 지난달 12일 미국 4개 업체로부터 연간 최대 550만톤의 LNG를 신규 조달한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JERA의 미국산 LNG 조달량이 이르면 2030년에 현재의 약 3배인 연간 최대 1000만톤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JERA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 도착 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등과의 면담을 추진 중이다. 이번 면담이 성사될 경우, 지난달 22∼27일 여 본부장이 새 정부 출범 후 첫 고위급 통상 면담을 가진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여 본부장은 면담 성사 시 한국이 미국과 경제·통상 전반에 걸쳐 다채로운 협력이 가능한 선의의 협상 파트너임을 강조하고, 일주일도 안 남은 상호관세 유예 시한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