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신항 양곡부두 완공되면 폐쇄…항만업계 “형태 보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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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북항 양곡부두 전경. 2027년 부산 신항에 신규 양곡부두가 들어서면 북항 양곡부두는 기능을 멈추게 된다. [고려사일로 제공] |
[헤럴드경제(부산)=홍윤 기자] 부산 북항 제 5부두에는 국내 최초 양곡부두 및 곡물사일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양곡부두와 곡물사일로가 최근 부산 북항 2단계 사업과 신항 양곡부두의 하반기 중 착공에 따라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북항 양곡부두는 1978년 지어진 이후 50년 가까이 부산과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로 건설된 만큼 해방 후 한-일 간 교류의 상징이자 우리 기술로 사일로 하나 짓지 못했던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축물로 꼽힌다. 기존 완제품 형태의 밀가루를 원조받던 시기에서 벗어나 우리나라가 직접 원소맥(밀가루의 원료) 등을 수입, 가공해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에서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울러 양곡부두가 속한 5부두의 경우 70년대 들어 수출입 물동량의 급격한 증가로 컨테이너 선적이 가능한 현대적 부두로 건설된 만큼 현재 환적 등 컨테이너 물류에 강점이 있는 부산항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양곡부두는 아직도 현역이다. 양곡부두의 운영을 맡고 있는 고려사일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34만5897t의 원소맥과 옥수수가 북항 양곡부두를 통해 하역했고 들어오는 배만 해도 연간 50척으로 매주 1척꼴이다. 이창환 고려사일로 관리실장(상무)은 “전국 양곡물동량의 약 8~10%가 부산 북항 양곡부두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근에 ‘맥선’의 사조동아원(구. 동아제분)과 ‘곰표’의 대한제분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제분공장도 위치해 영남권 식품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라면, 떡볶이 떡 등 한국 음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올라가면서 K-푸드의 원료를 공급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북항 양곡부두는 영남권 식량안보의 최전선에 있는 인프라이기도 하다. 전시를 대비한 정부 1급 전략시설이자 곡물 재고를 비축하기 위한 핵심시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세계적인 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며 세계적으로 식량공급망이 위기에 처한 만큼 양곡부두와 사일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관광산업의 측면에서도 랜드마크의 역할을 수행한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인접해 여객선 등 선박을 통해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부산에 도착한 직후 가장 먼저 만나는 대형 시설물 중 하나가 양곡부두의 사일로이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에는 바다와 갈매기를 그려 넣은 벽화가 조명과 함께 어우러져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양곡부두와 곡물사일로는 곧 운송 및 저장시설로서의 생명을 다할 예정이다. 2027년 9월 부산항 신항에 양곡부두가 들어서게 되면 부산 북항 양곡부두는 북항 2단계 재개발 사업진행으로 폐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부산시는 현재 북항 2단계 재개발을 앞두고 이 부두의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항만업계에서는 역사적, 상징적 의미가 있는 만큼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대표는 “해양선진국에서는 사일로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형태를 보전, 관광명소로 만들고 있다”며 “북항 양곡부두도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의 상징으로서 일부라도 형태를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