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측부터 희귀질환 진단까지…유전자 분석 새 지평 열었다

연세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김형범 교수(오른쪽부터), 민준구 대학원생, 이광섭 강사 [세브란스병원 제공]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암 발생 위험이 크고 희귀질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ATM 유전자 변이를 대규모로 정확히 판별할 수 있는 연구가 이뤄졌다.

해당 판별에 따라 해로운 변이를 갖고 있는 이는 그렇지 않은 이보다 암에 걸릴 위험도가 약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암과 희귀질환 발생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김형범 교수와 이광섭 강사, 민준구 대학원생 연구팀은 암과 희귀질환 발생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ATM 유전자의 단일 염기 변이 2만7513개 전수 평가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 최신호에 게재됐다.

ATM 유전자는 체내에서 DNA 손상 시 이를 감지하고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유방암·대장암·췌장암 등 암 발생 위험이 크다. 암 환자 예후도 나쁘기 쉽다. ‘운동실조·모세혈관 확장증’ 등 특정 희귀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ATM 유전자 기능을 망가뜨리는 변이를 발굴하면, 해당 변이를 가진 건강한 일반인의 암 발병 위험과 암 환자 치료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

최근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전병과 암 진단 등이 더 정밀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유전자 변이가 해로운지 아닌지 알 수 없어 환자의 치료 및 진단에 적절히 사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ATM 유전자는 약 9000개 단백질 염기 서열을 가진 대형 유전자로 변이 수가 많아 기존의 통계 방법으론 평가가 어렵다.

연구팀은 ATM 유전자의 전체 단백질 코딩 부위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단일 염기 변이를 분석했다. 이 중 2만3092개의 변이는 최신 유전자 편집 기술인 ‘프라임 에디팅’을 이용했으며, 나머지 4421개의 변이는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DeepATM)을 이용해 세포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했다.

각 변이가 세포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해당 유전자의 기능에 해로운 변이와 그렇지 않은 변이를 높은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연구에서 구분한 해로운 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에 걸릴 위험도가 약 1.4배 증가함을 확인했다. 기존 암 유전체 데이터(cBioPortal) 자료를 이번 연구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결과에서도 ATM의 해로운 변이 보유 여부에 따라 암 환자의 생존율도 차이가 있었다.

김형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해석이 어려운 ATM 유전자의 변이를 대규모로 정확히 판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다른 유전자에서도 유사한 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를 통해 유전체 기반의 정밀의료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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