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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대구 중구 한 건설현장에서 작업자가 냉수를 머리에 끼얹으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숨 쉴 틈도 없이 무더위 속에서 분류하고 배달합니다. 쉼 없이 달리다가 결국 사람부터 쓰러집니다.” 이달 초 인천과 서울, 연천에서 각각 일하던 택배노동자 3명이 연이어 사망했다. 분류작업 후 차량 안에서 의식을 잃거나, 퇴근 직후 집에서 쓰러졌다.
폭염 속에서 업무를 지속하다 목숨을 잃는 이들이 크게 늘자 정부가 오는 17일부터 체감온도 31도 이상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휴식과 냉방 조치를 제공하는 것이 의무화하기로 했다.
특히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는 최소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이 강제된다. 정부는 온열질환으로 인한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불시 점검도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15일 폭염으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오는 17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환경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에게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후속 조치로, 폭염 대응 기준을 가이드 수준에서 법적 의무사항으로 격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특히 규제개혁위원회가 형사처벌 가능성 등을 이유로 두 차례 제동을 걸었지만, 최근 잇따른 온열질환 사망 사례를 계기로 세 번째 심사에서 전격 통과됐다.
개정안은 체감온도 31도 이상에서 노동자가 2시간 이상 작업을 할 경우 ▷냉방·통풍장치 설치·가동 ▷작업시간대 조정 ▷주기적인 휴식 중 한 가지 이상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33도 이상에서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을 반드시 부여해야 한다. 불이행 시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특수작업으로 인해 휴식 제공이 어렵다면 ▷개인용 냉방장치 ▷냉각 의류 등으로 대체해야 하며, 생수·이온음료 등 충분한 수분 공급도 필수다. 온열질환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고용부는 더불어 체감온도 35도 이상에서는 ▷매시간 15분 휴식 ▷오후 2~5시 옥외작업 중단을 권고하고, 38도 이상에선 민감군 옥외작업 금지 등 고강도 대책을 권장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택배산업본부에 따르면, 인천·서울·연천 등지에서 일하던 택배노동자 3명이 각각 차량 안 또는 퇴근 직후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폭염 속 분류작업을 마친 뒤였다. 택배산업본부는 이들의 사인이 온열질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2021년 정부와 맺은 ‘택배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부는 “택배회사가 주 7일 배송을 확대하면서도 추가 인력 없이 업무를 강행하고 있다”며 “분류작업 배제와 충분한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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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긴급 폭염대책 및 택배없는 날 시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폭염기간의 택배노동자 근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제도 시행과 함께 택배, 배달 등 이동노동자를 위한 보호조치도 확대한다.
▷이동식 에어컨·제빙기 등 장비 지원(50인 미만 사업장 대상) ▷17개국 언어로 제작된 ‘폭염안전 5대 수칙’ 배포 ▷‘쉬어가며 배달하기’ 캠페인 등이 포함된다. 쿠팡, 컬리 등 일부 플랫폼 기업은 이미 대체 인력을 가동해 근로자 휴식 보장을 확대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달 21일부터 9월 말까지 폭염 고위험 사업장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불시 지도·점검에 나선다. 온열질환자 발생 사업장,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 건설·조선·물류·택배 현장이 주요 대상이다. 열사병 등 중대재해 발생 시엔 작업중지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포함한 엄정 대응이 이뤄진다.
권창준 고용부 차관은 “이번 개정안은 노동자에게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며, 특히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이동노동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행정력을 총동원해 법 시행 첫해에 현장 안착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