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다하셨습니다”…한국거래소 로비에 등장한 근조 현수막 정체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로비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가 설치한 근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본관 로비에 근조 현수막이 걸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날 오후 늦게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가 설치한 이 현수막에는 “한국거래소의 미래가 운명을 다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주식회사 한국거래소가 향년 70세로 타계했고, 금융위원회 여의도출장소에 빈소가 차려졌다는 내용이다.

높이 4.7m, 너비 4m 크기의 근조 현수막에는 ▲ ATS(대체거래소)에 점유율을 넘겨주고 거래소 주식시장은 한국의 대표시장으로서의 운명을 다하셨다 ▲ 협의 없는 독단적 거래시간 연장에 증권 업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운명하셨다 ▲ 비용 보전도 안 되는 ATS의 무임승차에 거래소의 시장관리 기능은 운명하셨다 ▲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쟁사에 침묵하는 경영진에게서 이사의 충실의무는 운명하셨다 등 거래소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엔 올해 3월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누적돼 온 거래소 내부의 불만과 위기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대체거래소 출범은 70년 가까이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로 유지됐던 국내 주식거래 시장을 복수·경쟁 체제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으나, 한국거래소 일각에선 ‘무임승차’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시장 감시, 상장관리 등 부담이 큰 업무는 한국거래소가 떠안고, 넥스트레이드는 실질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주식 매매 분야만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5일 기준 전체 주식 거래의 15.1%에 도달했다. 이로 인해 점유율을 더 빼앗길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졌다.

현행 규정상 대체거래소의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시장 전체 거래량의 15%를 초과하면 모든 거래가 다음날 중단된다. 개별 종목의 경우에도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종목 전체 거래량의 30%를 넘을 경우 해당 종목의 거래가 제한된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에는 국내외 증권사들의 넥스트레이드 시장 추가 참여가 예정돼있어, 거래량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 한국거래소의 위기감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노조는 대체거래소 문제와 관련해 경영진이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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