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념논쟁’으로 흘러가는 세제 [이슈&뷰]

‘부자 증세’ 실제론 중산층에 부담
내수핵심 상속·증여세 개편안 후퇴
“증시 살리자”며 관련세제는 강화
투자통한 재산증식 유도와도 배치




이재명 정부의 세금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실용을 표방한 이번 정부에 국민들은 이념으로 기울며 징벌적 세금정책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이 우려로 바뀌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언급되거나 공약으로 발표한 세제관련 내용들이 당정논의 과정에서 변질되거나, 뒤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정권의 아킬레스건 같은 ‘부자 감세’ 지적에, 세수부족을 내세우며 증세로 선회하고 있다.

문제는 이념 증세의 피해가 실제 중산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부유층을 타깃으로 했지만, 증세는 정작 중산층의 세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감소폭 축소,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변경, 상속증여세·근로소득세 개편 무산, 법인세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배당소득분리과세는 정부가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포함을 하겠다고는 했지만 대주주나 고액 자산가에게 감세 효과가 집중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당초보다 감세폭(금융소득 최고세율 49.5%와 분리과세 최고세율 차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분리과세가 되더라도 세율은 예상외로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배당소득 증가는 건강보험료 인상, 건강보험 피부양자 탈락과도 연관된다. 특히 건강보험료 산정 소득에는 분리과세 이후의 소득이라도 1000만원 초과 시 포함된다. 소득없이 배당소득을 주 수입원으로 살아가는 노령 중산층에게는 세금은 좀 줄었지만 건강보험료가 더 올라가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배당소득 부담완화는 현 정부의 주가 부양의지와도 맞물리는 만큼 배당소득 세율을 최대한 낮춰주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대주주 범위를 50억원에서 10억~30억원으로 축소하고 증권거래세율을 0.15%에서 0.18%로 인상하는 개편안도 개미투자자들에겐 피해를 주는 정책이다. 매년 연말마다 양도세를 피하려는 대주주들의 대량주식 매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이 기준을 다시 강화하면, 결국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거래세 인상도 주식거래 감소로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새정부는 국민 특히 중산층의 재산증식을 부동산에서 주식투자로 바꾸려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할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들이 자본 조달도 쉬울 것이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부동산 투기(?)를 하지말고, 주식 등 금융투자로 재산을 만들라고 하면서 정작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세금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상속세제개편도 마찬가지다. 상속증여세는 집값상승과 물가상승으로 자산가치가 오르면서 이제는 사실상 중산층 세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완화안이 검토됐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5억원인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8억원과 10억원으로 높이자고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여세의 경우 고령화 시대에, 노인층의 자산을 자녀세대에게 큰 부담없이 물려줘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중산층 근로소득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언급됐던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과 기본공제 상향 등을 골자로 한 소득세 개편안도 중장기 과제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에 직접적 부담을 줄여주는 상속세제개편과 근로소득세도 빠른 시일안에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어렵게 낮췄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인상(24%→25%)하는 것도 이념에 기운 세금정책이다. 이는 기업투자위축으로 이어지고 결국 고용을 줄여 일자리 감소의 결과를 낳는다.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증세를 외치는 ‘말 따로 정책 따로’의 모습은 정부에 대한 신뢰성을 잃게 한다.

세금을 이념으로 접근하면 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는 것은 과거 진보 정부때도 확인된 바 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 정부의 세금정책은 달라야 한다. 그것이 진정 중산층을 위한 ‘실용정부’ 정책이다.

권남근 뉴스콘텐츠부문장 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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