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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돼 온 미국 주도의 글로벌 동맹 네트워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과 함께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핵 능력의 지속적 고도화는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한국 안보의 현실을 새삼 부각시킨다. 이에 한반도 안보 환경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 안보 전략을 면밀히 전망하고 그에 따른 확장억제 태세를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 됐다.
오늘날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전략은 여러 예외성을 내포하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내 정치·사회적 기반의 이념적 성향에서 비롯된 이 예외성은 자유주의 국제질서 거부, 도덕주의적 개입 대신 국익 중심의 현실주의 노선 채택, 강대국 간 세력균형 중시, 그리고 중국을 최우선 전략적 경쟁국으로 설정한 강경 노선 등으로 요약된다.
다만 미국의 안보전략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연속성을 유지해 왔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군사적 우위 유지, 핵우위 정책과 병행해온 핵 비확산과 확장억제 정책은 정책적 관성과 경로의존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으로, 트럼프 시대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예외성과 연속성이 교차하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 안보전략은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수단, 즉 한반도 역내 동맹자산(주한미군)과 한반도 역외 동맹자산(미국 본토 또는 역외 기지로부터 제공되는 핵전력 및 전략자산)이라는 이원적 구조와 결합하며 한국의 안보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구조는 미국의 영향력과 맞물려 한국의 이해득실을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는 틀로도 작용할 수 있다. 예컨대, 한미 군사태세에서 역외 동맹자산과 한국군이 긴밀히 동조화될수록 한국군의 자율성은 감소하고 지역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나 그만큼 미국 핵전력과 한국 재래식 전력의 통합이 이루어지면서 확장억제의 실효성은 증대될 수 있다.
대표 사례가 한미 핵·재래식 통합(CNI)이다. 반대로 한국군과 역내 동맹자산이 탈동조화될수록 한국군의 방위 책임은 커지고 독자적 군사역량 소요는 증가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증가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탈동조화가 단순히 한국의 부담 증가로만 귀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군의 독자적 역량 강화를 촉진하여, 역외 동맹자산과의 동조화를 심화시키는 계기로도 활용될 수 있다.
현재 한반도 확장억제에 필요한 것은 미국 핵전력과의 핵·재래식 통합인데, 한국군의 고도화된 재래식 전력은 미국 핵전력과의 연계를 촉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역내 동맹자산과의 탈동조화를 역외 전략자산과의 동조화 강화로 활용하는 전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안보전략과 확장억제 수단은 동조화와 탈동조화의 이분법을 넘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다. 이런 상호작용을 창의적 분석과 능동적 정책 구상을 통해 한반도 확장억제 체제 개선과 국익 증진에 연계한다면,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확장억제를 강화할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위험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안목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