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 8세 여아 휴대전화로 성기 사진 보낸 남성…“메시지 안봤어도 유죄”

휴대폰.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연합]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아동에게 음란 메시지를 보냈을 경우, 피해 아동이 실제로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성적 학대행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아동복지법상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9월경 휴대전화를 이용해 8세 여아인 B양에게 ‘집에 와’, ‘내꺼 X아, 비도 오잔(잖)아’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성기 사진을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B양에게 먹을 것을 사준다는 핑계로 접근해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B양의 어머니가 A씨의 연락처를 차단해 아동이 메시지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보낸 메시지를 B양이 본 것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라며 “음란 메시지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 것만으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행위자가 반드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A씨가 보낸 메시지가 B양의 휴대전화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성적 학대행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A씨가 보낸 메시지가 B양 휴대전화 ‘차단된 메시지보관함’에 저장된 사실을 주목했다. 대법원은 “A씨가 보낸 메시지는 피해 아동이 언제든지 손쉽게 접근하거나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라며 “A씨의 행위에 대해 구 아동복지법 위반죄의 기수(범죄 행위가 완료되고, 범죄의 구성요건이 모두 충족된 상태)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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