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담 1.4조→5000억원”…정부가 반대했던 ‘양곡법’ 재추진 배경은

여야 합의로 농해수위 문턱 넘은양곡법·농안법
‘선제적 수급관리’ 강조…불가피한 경우에 적용
가격안정제 기준가격, 평년가격→생산비 고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새 정부에서 손질을 거친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5000억원 이하로 추산됐다.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던 ‘쌀 시장 격리 의무화’ 방안 당시에는 1조4000억원의 재정 소요가 예상됐던 점을 고려하면, 재정 부담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에 따른 재정 부담도 당초 예상인 1조원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모내기를 하는 모습 [뉴시스]


변상문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양곡법 개정안은 쌀의 초과생산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수급조절 정책을 제도화한 것이 핵심”이라며 “이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경우 의무 매입 방식에서 발생했던 1조4000억원 규모의 재정 부담은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변 정책관은 “대신 전략작물직불제(논에 벼 대신 논콩·밀 등을 재배하는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주는 제도) 등 선제적 대책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올해 배정된 예산 2440억원에 2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재정 부담이 5000억원에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곡법이 손질을 거치면서 이에 따른 재정 부담도 1조4000억원 수준에서 5000억원 이하로 줄었다는 얘기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 회의 문턱을 넘은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들 법안은 과거 ‘과도한 재정 부담’을 이유로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폐기된 ‘농업4법’에 속한다.

이번에 추진되는 양곡법 개정안은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무조건 매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급 불안이 발생할 경우에 한해 양곡수급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건부로 매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불가피한 경우에만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효율적인 ‘기계적 매입’에서 탈피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안법 개정안 역시 선제적 수급관리 노력을 전제로, 주요 농산물의 시장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정부가 생산자에게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식의 ‘가격안정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보상의 핵심인 기준가격은 이전의 ‘평년가격’(직전 5년 중 최저·최고가격을 제외한 평균가격)이 아닌, 경영비·자가노동비 등 농업에 투입되는 생산비용과 수급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하기로 했다. 가격안정제 상에서는 도매시장 거래가격, 수확기 산지가격 등 평균가격과 기준가격의 차액이 지급된다. 대상 품목은 원예 농산물 뿐만 아니라 양곡 등 전체 농산물로 확대한다.

정부는 가격안정제를 통해 농업인의 생산활동이 가능한 최소한의 소득안전망만 구축하고, 그 이상은 평년수입의 최대 85%를 보장하는 수입안정보험을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평년가격을 기준으로 5대 채소류 중 주요 품목을 매입할 경우 연간 1조1906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 시점에서는 이보다 훨씬 적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농식품부는 분석했다.

홍인기 유통소비정책관은 “수급관리를 위한 예산을 고려하더라도 1조원에는 현저히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쌀·채소류에 대한 가격안정제 운용체계 마련과 품목별 시뮬레이션, 세부 재정추계 등을 위한 연구용역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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