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 발의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 책임 추궁 가능
금융권, 소송 남발 등 부작용 우려
해외 진출·신사업 등 의사 결정 부담
“본연의 자금 공급 기능 못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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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댱의 2차 상법 개정안 추진으로 기업의 경영환경 악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회사 소수주주의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발의돼 금융권에서도 혁신적 투자 결정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장의 모습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최근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면서 기업의 경영환경 악화에 대한 산업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회사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새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에 맞춰 배드뱅크 등 민생 지원에 앞장서 온 금융권이 세제 개편으로 교육세와 법인세 등 세 부담을 안게 된 데 이어 법률 리스크까지 확대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금융회사 소수주주의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어서다.
금융권은 소수주주 권익 강화라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소송 남발 등의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법률 리스크는 공익적 성격의 은행계 지주회사와 그 자회사의 지배구조 불안정성을 키우고 본연의 자금 공급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소수주주권 조항에 다중대표소송제와 관련된 사항을 신설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때 소수주주의 조건은 발행주식총수의 0.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로 규정했다.
이는 2020년 12월 상법 개정의 준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앞서 상법 개정을 통해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됐지만 특별법인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일반법인 상법보다 우선 적용되는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는 다중대표소송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김현정 의원은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대주주가 자회사를 설립해 자회사의 자산 또는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행위 등으로 인해 모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며 “금융회사에도 업종의 특성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금융회사 경영진의 위법·부당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서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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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4대 금융지주 본사 모습 [각 사 제공] |
하지만 소수주주 다중대표소송 허용 움직임에 금융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장 법률 리스크 확대와 그에 따른 경영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국민경제 중추인 금융사의 경영권을 흔들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강화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법안의 취지에는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면서도 “일반적인 다중대표소송제의 부작용과 마찬가지로 잦은 소송에 따른 자회사의 경영 위축과 경영권을 노리는 일부 외국계 헤지펀드의 사냥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도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별도로 있는 것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그러했듯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상법을 넘어 한쪽에서는 보호하며 한쪽에서는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은행계 지주회사의 경우 소송이 남발하면 법률 대응에 집중하느라 본연의 자금 공급 기능을 못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자회사의 해외 진출이나 신사업 추진, 디지털 투자 확대 등 의사 결정에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회사로서는 구조적인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게 절실한데, 불확실성이 큰 이러한 도전들이 사후적으로 ‘경영판단 미스’에 대한 소송 타깃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적 투자 결정이 위축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금융회사의 신사업은 시장 진입 초기 대규모 비용 부담과 저조한 수익성 등으로 상당 기간 적자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지만 시장 안착과 사업 시너지 창출, 장기적 포트폴리오 확장 등의 측면에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2020년 진출 이후 약 5년 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사업 추진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이 혁신금융서비스의 하나로 운영 중인 배달 플랫폼 ‘땡겨요’도 아직 적자 상태지만 사회적 상생이라는 가치는 물론 비금융 데이터 확보, 디지털 환경 구축 등에선 회사의 혁신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영진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을 입증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이는 쉽지 않다”면서 “투자 판단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투자 실패나 적자 등의 결과가 있을 땐 사후적 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