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대니얼 대 킴 주연·총괄 제작
“한국에 돌아와서 작품 하는 게 꿈이자 목표”
한국인 스태프·배우가 한국서 찍은 미국 드라마
숨 막히는 스파이 스릴러…중심 메시지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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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제공]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오는 22일 드라마 ‘버터플라이’가 tvN을 통해 한국 시청자들을 찾는다. 한국인 배우가 대거 출연하고, 한국인 스태프들이 한국을 무대로 만든 미국 드라마다. 미국이 만든 ‘K-콘텐츠’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비슷한 정체성을 공유한다.
지난 13일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먼저 공개된 ‘버터플라이’는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집계 아마존 프라임 TV쇼 부문 시청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리며 본격적인 흥행에 시동을 걸고 있다. 배우 김태희, 김지훈, 김해수 등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일찍이 주목받았다. ‘버터플라이’는 ‘케데헌’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으며 한류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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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버터플라이’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 |
‘버터플라이’에서 주인공 ‘데이비드 정’을 분한 대니얼 대 킴은 2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버터플라이’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서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꿈이자 목표였다”면서 “한국에서 이렇게 작품을 보여줄 기회를 갖는 것은 다시는 하기 어려운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니얼 대 킴을 비롯해 레이나 하디스티와 김태희, 김지훈, 션 리차드 등 ‘버터플라이’ 주요 출연진이 참석했다.
‘버터플라이’는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스파이 스릴러 시리즈다. 한국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전직 미 정보요원 데이비드 정이, 그를 죽이기 위해 파견된 현직 요원 레베카(레이나 하디스티 분)에게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렸다. 치밀하게 설계된 캐릭터 중심의 스파이 스릴러로, 서사의 중심에는 얽히고설킨 ‘가족의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 MGM 스튜디오가 제작했고, 한국계 미국인 배우인 대니얼 대 킴은 이번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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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제공] |
드라마는 모든 촬영을 한국에서 진행했다. 작품에는 서울 야경이나 여의도 전경,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편의점이나 아파트의 모습들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스태프도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됐다. 대니얼 대 킴이 총괄 제작을 맡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한국 로케이션 촬영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미국인인 주인공이 자신과 같은 모습을 지닌 사람들이 사는 국가로 돌아오지만, 정작 그 사람들이 나와는 같지 않은 상황에 놓인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대니얼 대 킴은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지만, 한국이 내 마음에서 떠난 적이 없다”면서 “원작에서 아시안이 아니었던 캐릭터를 한국인으로 바꾸는 것도 총괄 제작을 맡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작부서의 헤드까지도 한국인이 맡았다. 한국에서 한국인 배우와 함께 촬영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스태프들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K-콘텐츠’의 열기도 한국 촬영을 결정한 그의 결심에 지원군이 됐다. 대니얼 대 킴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놓지 않았던 5~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이야기를 녹여내겠다고 결심했었더라도 미국 스튜디오들이 맡아주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미국 시장에서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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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버터플라이’ 기자간담회에서 (왼쪽부터) 대니얼 대 킴과 레이나 하디스티가 인사를 전하고 있다. [연합] |
이날 자리를 함께한 레이나 하디스티는 주인공 데이비드 정의 딸이자 그를 쫓는 요원 ‘레베카 정’을 연기했다. 냉정한 킬러이지만, 내면에 그 만의 아픔을 품은 캐릭터다. 하디스티는 “레베카란 캐릭터는 복잡하고 다층적이며, 여러 세계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물”이라면서 “나 역시 여러 뿌리를 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레베카란 캐릭터에 많이 끌렸다”고 했다.
김태희는 데이비드 정의 부인 ‘은주’로 분했다.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는 데이비드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갈등하는 인물이다. 김태희는 은주란 캐릭터를 “평범한 한국인 여성이다.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 중 가장 평범한 캐릭터”라고 설명하면서 “내 연기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에게) 한국 여성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다면 너무나 뿌듯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를 노리는 킬러 ‘건’은 김지훈이 연기했다. 킬러 역인 만큼 많은 액션 신을 소화해야 했다. 그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면서 “대니얼과도 개인적으로 촬영 전날에 만나서 틈틈이 합을 맞췄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배우인 션 리차드는 데이비드가 만든 스파이 조직 한국 지사 비밀요원 ‘홀리스’로 분했다. 리차드는 “처음 출연한 미국 드라마 통해서 한국 시청자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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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태희가 2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버터플라이’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화려한 액션과 다채로운 볼거리 뒤에 숨어있는 ‘버터플라이’의 핵심은 ‘가족’과 ‘관계’다. 드라마는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비즈니스 파트너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성을 다룬다. 주인공 데이비드의 성이 ‘정’으로 설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이 가진 정(情)의 정서를 반영했다.
대니얼 대 킴은 “‘버터플라이’라는 작품은 가족과 관계에 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담아내기 위해서 ‘정’이란 성을 선택했다”면서 “한국인이라면 그의 이름을 듣고 의미를 쉽게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벌써부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총괄 제작자인 대니얼 대 킴은 “시즌2가 나오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몇 개의 시즌이 나와도 한국이란 나라는 작품의 중심부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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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제공] |
배우들은 입을 모아 ‘버터플라이’에 대한 한국 시청자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대니얼 대 킴은 “상당히 운이 좋게 이 작품이 여러 나라에서 1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여정은 한국인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차드는 “한국에서 버터플라이가 방영되는 것이 마치 고향에서 방영이 되는 듯한 느낌”이라며 “한국 문화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나비효과’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지훈은 “한국에서 찍었지만 이국적인 시선이 많은 작품”이라고 했고, 김태희는 “열심히 존중하고 협업해서 만든 작품이니, 꼭 본방사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