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전 대법관 별세…대법관 시절 균형추 역할

이상훈 전 대법관이 지난 2017년 2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퇴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이상훈 전 대법관이 25일 췌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69세.

이 전 대법관은 광주 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0기로 수료했다.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를 수료했고 서울대에서 상법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육군 법무관을 마치고 판사로 임관해 법원 내 엘리트 코스로 손꼽힌 법원행정처 심의관, 서울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모두 거쳤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1년 대법관에 임명돼 2017년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 전 대법관은 대법원에서 사회적인 관심을 끈 사건을 처리할 때 진보 성향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린 박시환·김지형·김영란·이홍훈·전수안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보수색이 짙어진 대법원에서 균형추 역할을 했다.

2012년 4월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의 유죄 확정판결시 “정부 정책 등에 비판 의사를 표시하며 개선을 요구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2015년 1월 내란음모·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9년의 원심 판결을 확정할 당시 내란 선동 유죄 판결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전 의원의 선동은 국지적 파괴 행위일 뿐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같은 해 8월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는 ‘객관적 증거가 있다고 보이는 3억원 외에 나머지 액수까지 모두 유죄로 보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수사기관과 법정 진술이 정반대일 경우 객관적 자료가 없다면 법정 진술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 전 대법관은 퇴임 후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를 맡아 법조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았으며 개인 변호사로 있다가 2020년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옮겼다.

췌장암이 발견돼 일본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았고 이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최근 병세가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를 세웠고 현재 LKB평산 이사회 의장인 이광범(66·13기)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국회측 대리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전 대법관의 아들 화송씨와 며느리도 현직 부장판사인 법조인 가족이다.

유족은 부인 이덕미씨와 아들 이화송씨, 딸 이화은씨, 사위 김현승씨, 형제 이철·이광범·이정화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 발인 27일 오전 8시 30분, 장지 1차 서울추모공원·2차 용인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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