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보 다음날 인도 측 댐 가득 차 방류
이달 14일 이후 대피한 주민 15만명
6~9월 몬순 우기 기후변화로 ‘구름 폭우’
최근까지 인도 파키스탄서 870여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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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스탄 재난 구조대가 지난 26일 홍수 위험에 대비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인도가 기습 폭우가 오자,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앙숙’ 국가인 파키스탄에 홍수를 조심하라며 이례적으로 외교 채널을 통해 통보했다.
익명을 요청한 인도 정부 관계자는 AP에 “(이번 정보 공유는) 인도주의적 차원”이라며 양국 협정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외교부는 최근 인도가 몬순(계절에 따라 바람 방향이 바뀌는 계절풍으로 인해 생기는 열대 기후의 종류) 폭우로 인해 국경에서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정보를 ‘인더스강 조약’에 따라 설치된 상설기구인 ‘양국 수자원위원회’를 통하지 않고 외교 채널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펀자브주 재난 관리 담당관인 마즈하르 후세인은 로이터 통신에 “국경 지역에 폭우가 내려 인도 측 댐이 가득 차면 물을 방류해야 할 것”이라며 “물을 방류하면 펀자브주에서 심각한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키스탄 일부 지역은 인도 상류지역 댐 방류로 홍수 위기에 직면했다.
27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펀자브주 당국은 인도 당국이 상류 지역에 있는 라비강 테인 댐의 모든 수문을 개방했다고 전날 밤 늦게 밝혔다.
수문 개방과 관련한 인도 측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2대 도시인 펀자브주 주도 라호르를 포함한 펀자브 지역이 “예외적으로 매우 높은” 홍수 위험에 처했다고 파키스탄 펀자브주 당국은 말했다.
펀자브주 당국 발표는 파키스탄이 인도로부터 라비강의 또 다른 댐인 만도푸르 댐을 방류할 예정이니 하류에 홍수발생 위험이 있다는 통보를 받은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라비강은 인도 측 펀자브주에서 파키스탄 펀자브주 방향으로 흐른다.
파키스탄 펀자브주 관계자는 “홍수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향후 48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파키스탄 국립재난관리청(NDMA) 대변인은 위성사진 판독 결과 테인 댐은 97% 물이 찼고 언제든 방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댐 저수량이 차면 정기적으로 방류한다.
전날 인도 정부 관계자는 (파키스탄 측에) 특정 댐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몬순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파키스탄에 이틀 간 두 차례 홍수 경고를 외교채널로 공유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폭우 때문에 상류 인도 지역에서 큰 피해가 난 만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파키스탄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돕고자 홍수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협력은 ‘양숙관계’인 양국이 지난 5월 무력 충돌한 이후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앞서 파키스탄 펀자브주 당국은 지난 22일 홍수 가능성에 대비해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이후 홍수 발생 가능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집을 떠난 약 3만5000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대피한 펀자브 주민은 15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파키스탄 펀자브주 당국은 라비와 수틀레지, 체나브 등 관내 세 강의 주변지역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고 군병력도 대피를 지원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매년 6∼9월 몬순 우기가 이어진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도 히말라야 지역과 파키스탄 북부 지역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매우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이른바 ‘구름 폭우’가 자주 발생한다.
지난 6월 26일부터 최근까지 파키스탄에서 폭우로 802명이 숨졌고, 인도령 카슈미르 등지에서도 68명이 사망했다.
이들 사망자 중 절반이 이달 들어 발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