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서 경찰 장갑차에 배달기사 사망…경찰청 몰려간 시위대

자카르타서 시작된 대규모 시위 전국으로 번져
경찰청, 정부청사 등 공격…전쟁터 방불케 해
국회의원 400만원 주택수당 지급에 시위 시작

지난 2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시위대가 국기를 들고 불에 타고 있는 자동차 옆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EPA]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인도네시아 국회의원들이 다달이 400만원 넘는 주택 수당을 받아왔단 사실은 국민을 자극했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시민이 경찰 장갑차에 치여 숨지는 일까지 터지자 시위는 전국 단위로, 그것도 폭력이 동반된 형태로 번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P·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자카르타에서 시위대 수백명이 경찰청 기동대 본부로 몰려가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다른 시민들은 경찰 순찰차와 정부 청사를 파손하고 불을 놓았다.

지난 28일 오토바이 배달원 아판 쿠르니아완(21)이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시위대는 경찰청장 경질을 요구하며 격렬하게 들고 일어났다. 사고 정황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며 시민들은 공분했다. 쿠리니아완이 섞여 있던 시위대 무리에 경찰 기동대 장갑차가 돌진했고 사람을 치고도 그대로 나아갔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자카르타 시내는 아수라장이다. 주요 도로에서 시위대가 돌과 조명탄을 던지고 경찰은 물대포차와 최루탄 등을 동원해 대치하는 장면이 벌어진다. 쇼핑몰, 차이나타운 상점은 영업을 중단했다.

시위는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 수라바야를 비롯해 욕야카르타(족자카르타), 반둥, 파푸아 등 다른 도시로 번졌다. 수라바야에선 일부 시위대가 주지사 관저를 진입하려고 시도하자 보안군이 막아섰다. 자카르타에서 150㎞가량 떨어진 반둥에서는 시위대가 지방 의회 건물에 불을 질렀다.

수습 나선 印尼 대통령…책임자 처벌 목소리 커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지난 28일 시위대가 경찰 진압부대에 돌을 던지고 있다. [AP/연합]


AP는 당국은 경찰 기동대원 7명을 불러 배달 기사 사망 배경을 조사했다. 사고 당시 장갑차를 누가 운전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시민단체들은 사망 사고 관련 책임자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카르타 법률 지원 단체는 시위 중 체포된 600명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날 숨진 배달 기사와 유족을 애도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평정심을 찾으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깊은 우려와 슬픔을 느낀다”면서 “끊임없이 불안을 조장하고 혼란을 부추기는 세력에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모든 시민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정부를 믿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은 또 사망한 쿠르니아완의 부모를 만나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나


대규모 시위는 국회의원의 ‘주택 수당’으로 비롯됐다.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하원 의원 580명에게 1인당 월 5000만 루피아(약 420여만원)의 주택 수당을 지급한단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자카르타 근로자 월 최저임금의 약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른 언론은 국회의원들이 월급과 주택 수당을 포함해 한 달에 1억 루피아(약 850만원) 넘는 돈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민생경제는 어려워 일자리를 잃는 국민이 늘어나는데 국회의원들은 거액의 수당을 받는단 사실은 나라를 들끓게 하기 충분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올해 상반기 해고된 노동자는 4만2000명을 넘었고 작년 상반기보다 30% 이상 늘어났다고 AP는 전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25일부터 거리로 나와 시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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