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넘어 알약·패치…비만치료제 新시장 개막 [비만치료제 나비효과]

릴리·노보, 경구용 임상 성과로 시장 선도
머크 등 글로벌 빅파마 신제형 경쟁 가세
한미·대웅 등 국내 제약도 알약·패치 도전


제약업계의 비만치료제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존 주사제형에서 편의성과 효과를 강화한 알약(왼쪽)과 패치(오른쪽) 형태 개발도 치열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약업계의 비만치료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기존 주사제형에서 편의성과 효과를 강화한 형태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게 알약 형태의 비만치료제 개발이다.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업체들도 있다. 비만치료제의 성장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업체들도 사활을 건 연구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마운자로’를 보유한 일라이릴리는 최근 경구용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수용체 작용제인 오르포글리프론에 대한 임상시험 3상에서 1차와 2차 평가 변수를 모두 충족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라이릴리는 “일일 비만 알약이 후기 단계 임상시험에서 비만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량과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돼 연구 주요 목표를 달성하고 약물 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72주간 관찰한 임상 3상에서 하루에 한 번 복용한 오르포글리프론 36㎎(최고용량)은 위약에 비해 체중을 평균 10.5%(약 10.4㎏) 줄었다. 12㎎은 7.8%, 6㎎은 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 개선 효과도 확인했다. 가장 일반적인 부작용은 위장 관련으로, 일반적으로 경증~중등도였다. 일라이릴리는 자세한 임상 결과를 추후 의학회와 논문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케네스 커스터 일라이릴리 수석 부사장은 “이번 결과는 1일 1회 먹는 오르포글리프론이 주사제 GLP-1과 유사한 의미 있는 체중 감량을 제공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위고비’를 보유한 노보노디스크는 GLP-1 활성 성분의 알약 버전인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의 후기단계 시험에서 약 15%의 체중 감소를 확인했다. 이 약물은 현재 규제 검토 중이며 2025년 말에 미국 FDA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비만치료제 두 선두업체가 나란히 알약 형태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다른 업체들도 시장 선점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머크는 중국 한소파마와 경구용 소분자 GLP-1 작용제인 ‘HS-10535’를 초기 단계 시험에서 테스트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에코진과 1일 1회 GLP-1 수용체 작용제 알약인 ‘ECC5004’를 개발하고 있다.

로슈는 카모트 테라퓨틱스를 인수한 후 경구용 GLP-1 작용제인 ‘CT-966’을 개발하고 있다. CT-966은 지난해 초기 단계 시험에서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에서 4주 이내에 위약 대비 평균 체중 감소를 6.1%를 확인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한미약품과 일동제약이 주목된다. 한미약품은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경구용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01460)’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일동제약 계열사 유노비아는 GLP-1 계열 경구용 저분자 합성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의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개발도 있다. 먹는 것보다 붙이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패치형 비만 치료제는 1㎠ 초소형 패치를 팔, 복부 등에 부착하는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다. 통증도 없고, 감염 우려가 적으며,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대웅제약은 R&D(연구개발) 전문 계열사 대웅테라퓨틱스와 세마글루타이드 계열의 패치형 마이크로니들 제형 ‘DWRX5003’을 개발하고 있다. 동아ST는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개발 스타트업 주빅과 패치형 비만 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주빅 관계자는 “현재 동물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며 “향후 개발 단계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환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복용이 편리한 경구제나 패치형 치료제 개발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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