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중 김정은 의도 파악 목적…빈라덴 사살 전력 네이비 실 팀6 투입
북미 정상외교에 영향 줄 가능성 주목…美국방부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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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1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 해군 특수부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핵화 협상을 하던 지난 2019년 이른바 ‘김정은 도청’ 극비 작전을 맡아 북한 해안에 침투했으나 민간인을 태운 보트가 나타나는 바람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며 큰 파문이 예상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명의 전현직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같이 폭로하면서 당시 상황이 지금까지 기밀로 유지돼왔다고 5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해군 특수부대 중에서도 최정예인 실 팀6(SEAL Team 6)의 ‘레드 대대’(Red Squadron)가 당시 작전에 투입됐다. 이 대대는 9·11 테러의 설계자이자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전력이 있다.
특수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신을 도청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돌아온다는 복잡하고 중대한 임무를 맡아 2019년 초 북한 겨울 바다로 잠수함을 타고 한밤중 침투했다.
당시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첫 북미 정상회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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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게티이미지] |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초반 전쟁으로 치닫을 것 같았던 북미 관계는 2018년 북한과 대화가 진행되면서 평화로 나아가는 듯 했지만,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미 정보 당국이 김 위원장의 통신을 가로챌 수 있는 새로운 전자 장치를 개발했다고 백악관에 보고했다.
문제는 도청 장치를 북한에 심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임무가 2018년에 실 팀6에 배정됐다.
실 부대를 지휘하는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는 2018년 가을 북미 고위급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작전 준비를 승인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을 승인한 의도가 협상에서 즉시 활용할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 것인지 더 큰 폭넓은 목적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실 팀6는 미국 수역에서 수개월을 연습했고 2019년 초까지 준비를 계속했다.
2019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아무리 작은 군사작전이라도 북한의 재앙적인 보복을 불러올 수 있기에 이 작전은 들키지 않고 나오는 게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작전에 투입된 실 팀원 일부가 해안에 도착하던 순간 어두운 바다 위에서 북한 민간인 여러명을 태운 선박이 나타났고, 특수부대는 발각 가능성을 우려해 이들을 몰살시킨 후 잠수함으로 돌아가면서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북한 당국이 당시 미국이 작전을 수행한 사실을 어느정도로 파악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북한은 이 건과 관련한 자국민 사망에 대해 어떤 공개 입장도 내지 않았다.
이후 베트남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은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대화는 합의 없이 신속하게 끝났고, 2019년 5월 북한은 미사일 시험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한번 더 만났지만 대화 진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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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남북 군사분계선 위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백악관] |
이후 수개월동안 북한은 이전 해보다 많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 재개에 관심을 피력한 상황에서 이번 보도가 양국간의 외교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만약 김 위원장이 이 사안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이번 NYT보도를 통해 사안을 파악한 것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 속에, 북미대화에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같은 보도 내용의 진위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이후 꾸준히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했고, 다시 북미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내왔다. 그는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을 만나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청에 “그것(만남)을 추진하겠다”면서 가능하면 올해 만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NYT의 이번 폭로성 보도는 북미 정상이 재회하는 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지닌 가운데서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추가로 2차례나 만남을 가졌다는 점에서다.
미 특수부대의 작전 실패 및 철수 직후 미국의 정찰위성들은 작전 지역에서 북한군 활동이 급증한 것을 포착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미군의 작전이 벌어졌음을 추후에 파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NYT 보도를 통해 새롭게 미국의 작전 내용을 알게 됐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주장해온 북미 정상 간의 깊은 친분이나 신뢰가 깨졌다고 생각하며, 미국과 더욱 거리를 둘 수 있는 것이다.
이번 NYT 보도에서는 미국의 작전 목표가 ‘도청 장치 설치’로 설명됐지만, 작전을 수행한 특수부대가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을 2011년에 살해한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향한 김 위원장의 불신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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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행정부 1기 시절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고 있다. [AFP] |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겉으로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뒤에서 외교적 접근에 반하는 군사작전을 지시한 셈이고, 사실상 ‘속내’를 들킨 셈이어서 향후 김 위원장을 향한 접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의 작전과 관련해 북한은 단 한 번도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북한 당국이 사실을 파악했는지 불분명하다고 미 당국자들은 NYT에 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을 저울질하면서 더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북한군을 참전시킴으로써 러시아와의 ‘혈맹’ 관계를 구축했고, 경제·군사·외교 등 다방면으로 반대급부성 지원을 이미 얻어냈거나 앞으로 얻어낼 가능성이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최근 6년 만에 중국을 방문,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까지 하면서 그간 소원했던 북중관계 개선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