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70년대에 볼법한 회색 투도어 냉장고에 8kg 저용량 세탁기…에너지 효율과 AI 내세운 LG전자, 유럽 맞춤 공략[IFA 2025]

베를린 가전매장인 ‘자툰(Saturn)’ 현장
전통 ‘투도어’ 냉장고, 효율중시 獨서 인기
분리세탁 문화로 세탁기는 소형모델 판매 高
‘깐깐’ 유럽 소비자매체 성능평가 1위 석권
5년내 유럽시장 1위 꿈꾼다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가전매장인 ‘자툰(Saturn)’에 LG전자의 ‘투도어(2 door)’ 냉장고가 전시 돼 있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베를린)=박지영 기자] 지난 6일(현지시간) 한국의 하이마트와 같은 독일 베를린의 가전매장인 ‘자툰(Saturn)’ 2층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나라 197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투도어(2 door)’ 냉장고가 전시 돼 있었다. 윗칸은 냉장, 아랫칸은 냉동고로 쓰이는 냉장고인데, 에너지 효율을 중시하는 독일에서는 가장 수요가 많은 냉장고다.

한 번 사면 10년 이상, 실용성을 중시하는 독일에 맞춰 투도어 냉장고지만 용량(300리터대)은 늘렸다. 색깔 또한 한국에선 잘 보이지 않는 회색, 남색이 가장 많았다. 빌트인처럼 보일 수 있는 깔끔한 색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을 중시하는 독일 고객들을 위해 가격표에는 A등급부터 G등급까지 나뉜 유럽위원회(EC)의 에너지 효율 라벨이 크게 붙어있었다. 연간 전기를 얼마나 사용하는지도 기재돼 있다. 독일의 소비자보호 기관인 슈티프퉁 바렌테스트에서 1등을 한 LG전자 냉장고는 에너지효율 등급 1등급, 연간 전기를 55kWh 사용했다.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가전매장인 ‘자툰(Saturn)’에 LG전자의 세탁기가 전시 돼 있다. 박지영 기자.


세탁기 또한 작아야 팔린다. 한국에선 15~20kg대 제품이 가장 수요가 많지만, 분리 세탁 문화가 자리 잡힌 독일에서는 적은 양을 자주 세탁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독일은 아직 8kg짜리 세탁기가 주요 제품이다. LG전자는 10kg 이상으로 수요를 전환시키기 위해 11kg, 13kg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현식 LG전자 독일법인 리빙PD 팀장은 “기본적으로 고효율 제품군이 전면적으로 배치돼 있고, 최근에는 AI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한국 제품의 혁신성이 독일 소비자들이 좋아해주시는 부분으로, 냉장고의 경우 탑 티어가 됐다”고 설명했다.

독일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LG전자는 온라인 브랜드숍에선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냉장고·세탁기·건조기 제품군을 모아 소개하는 별도 카테고리를 마련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AI 코어테크’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독일에서 중고가 가전으로 포지셔닝 하고 있지만, 위에는 독일의 이른바 ‘마더 브랜드’인 밀레나 지멘스가, 아래로는 저가 공세를 펼치는 하이어(Haier), 하이센스(Hisense) 등 중국 제품이 치고 올라오는 샌드위치 형국이다.

독일 베를린의 가전매장인 ‘자툰(Saturn)’에 LG전자의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김 팀장은 “중국 브랜드와 싸울 수 있는 체력은 확보하고 있다”며 “볼륨존(프리미엄 제품과 보급형 제품 사이의 대중적인 제품군)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AI DD모터, 인버터 컴프레서 등을 매장에 소개하며, ‘AI 코어테크’ 기반의 고효율 제품을 통해 에너지 절감이 화두로 떠오른 유럽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 주도권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IFA 2025’에서 유럽 최고 수준 에너지 효율과 유럽 고객 맞춤형 편의성을 갖춘 가전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CEO 또한 “5년 내 LG전자가 유럽 시장에서 1위할 가능성은 120%”라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깐깐한 유럽 소비자에게 인정도 받고 있다. 유럽 소비자매체들이 발표한 제품 성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LG전자 냉장고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스웨덴·덴마크·핀란드 등 총 8개국 19개 평가 부문, 세탁기 및 건조기는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 총 5개국 8개 평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가전매장인 ‘자툰(Saturn)’에 중국 브랜드 ‘하이얼(Haier)’의 세탁기가 전시 돼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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