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수상자, 이민단속국에 ‘욕설’ 소감

HBO ‘더 피트’·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작품상 수상

애플TV+ ‘더 스튜디오’는 코미디 부문 작품상 등 13관왕

조연상 배우 아인바인더, 수상 소감서 미 이민단속국 욕설…“팔레스타인에 해방을” 외치기도

14일(현지시간) LA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7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배우 한나 아인바인더가 ‘나의 직장상사는 코미디언’(Hacks)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향해 비속어를 사용한 욕설을 하며 퇴장해 눈길을 끌었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위해 출장 온 우방국 한국민 300여명을 무더기로 구금한 충격의 여파일까. 미국 최대의 TV 프로그램 시상 행사인 에미상 시상식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反) 이민정책을 겨냥한 신랄한 성토들이 빗발쳤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극장에서 열린 제77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HBO 맥스의 의학 드라마 ‘더 피트’와 넷플릭스 콘텐츠인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이 작품상을 수상했다.

‘더 피트’는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시리즈로, 주연을 맡은 배우 노아 와일리가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와일리는 1990년대 인기 의학 드라마 ‘ER’로 5차례나 에미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이 불발됐다. 그가 에미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 피트’는 여우조연상과 크리에이티브 아츠 부문 등 총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넷플릭스의 시리즈 ‘소년의 시간’은 미니시리즈(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13세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로,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까지 6개 상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15세 영국 배우 오언 쿠퍼는 에미상 역사상 최연소 남자 연기상 수상자가 됐다. 쿠퍼는 수상 소감으로 “3년 전만 해도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몇 년 전 드라마 수업을 받기 시작했을 때, 미국에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정말 꿈만 같다”고 감격에 겨운 말을 전했다.

코미디 부문 작품상은 ‘더 스튜디오’가 받았다. ‘더 스튜디오’는 크리에이티브 아츠 부문에서 9개 상을 포함해 13의 상을 획득했다. 이는 지난해 ‘더 베어’의 11회 수상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코미디 부문에서는 한 시즌 최다 수상 기록이다. 배우로도 유명한 세스 로건은 ‘더 스튜디오’의 연출부터 제작·각본을 맡고 출연까지 직접 해, 공동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작품상 등 4개의 상을 수상했다.

올해 최다 부문인 2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세브란스: 단절’ 시즌2는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여우주연상(브리트 로어)과 남우조연상(트러멜 틸먼)을 받았다. 틸먼은 흑인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조연상을 받게 됐다.

‘나의 직장상사는 코미디언’(Hacks)은 74세의 배우 진 스마트에게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스마트는 이번 수상으로 7번째 에미상, 4번째 에미상 여우주연상을 움켜쥐게 됐고, 이 부문 역대 최고령 수상자라는 기록도 안게 됐다.

‘나의 직장상사는 코미디언’은 한나 아인바인더에게 코미디 부문 여우조연상도 선사했다. 아인바인더는 수상소감에서 도움을 준 스태프 등에 감사를 표한 뒤 말미에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비속어를 섞은 욕설(“F*ck ICE”)을 퍼붓고 “팔레스타인에 해방을!(Free Palestine!)”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아인바인더의 이 같은 수상소감은 X(옛 트위터) 등 여러 사회관계망(SNS) 서비스에서 “한나 아인바인더, 이 용감한 배우를 기억하라.”는 내용의 밈으로 이어졌다.

종영이 예정된 CBS의 심야 토크쇼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는 이날 토크 시리즈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수상을 위해 제작진과 진행자인 콜베어가 무대에 오르자 현장의 방송인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프로그램은 진행자 콜베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농담을 반복해 폐지되게 됐다는 의혹이 나와, 미 작가조합이 규탄 성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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