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하이브리드 주력차종 가격역전 불가피
18일 현대차 CEO 인베스터데이 관심 집중
증권가 “연내 25% 관세해소 어려울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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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16일 일본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5%(2.5% 일반 관세 포함)로 인하하면서 한국산 자동차와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직원들이 아반떼 차량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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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일본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15%(2.5% 일반 관세 포함)로 낮춰짐에 따라 현지에서 주력 차종의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우리 정부의 빠른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현대자동차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하는 ‘2025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이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날부터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낮춘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7월 30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이후 후속 절차 지연으로 25%의 관세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미국에서 줄곧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던 한국산 자동차가 이제 일본차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처지로 역전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인한 파장은 단순한 가격표의 변화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MSRP(권장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일까지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현지명 엘란트라)의 미국 내 판매 시작가는 2만5450달러(약 3500만원)다. 경쟁 모델인 토요타 코롤라 하이브리드(2만8190달러·약 3900만원)보다 2740달러 저렴했다.
그러나 일본산에 부과되는 관세가 15%로 낮아지면 코롤라의 실제 소비자 가격은 2만4700달러(약 3400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아반떼보다 100만원 가량 싸진다. 쏘나타 하이브리드(2만9050달러)와 토요타 캠리(2만9000달러)의 경우에도 약 1000달러 가량의 가격 역전 현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는 이런 변화가 현대차·기아의 주력 시장인 미국 하이브리드차 부문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한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현지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021년 9만614대에서 2023년 22만2486대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 1~8월 판매도 19만880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7.9% 늘면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관세 격차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면, 그동안 확대된 입지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가 추산한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가 55%를 차지하고 있으며, 혼다(17%)와 현대·기아(12.3%) 등이 그 뒤를 쫓고 있다.
손익에 미칠 충격도 크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일본·유럽산 자동차가 15% 관세를 적용받는 동안 한국산 차량이 25%에 묶일 경우 현대차는 연간 약 2조2000억원, 기아는 1조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 감소가 관측된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올해 2분기에만 관세 부담으로 합산 1조600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관세 인하 발효가 한 달 늦어질 때마다 약 21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품 조달 구조를 고려하면 압박은 더 크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2025년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주요 부품 90%가 한국에서 공급되고 있다. 관세 25%를 적용할 경우 차량 1대당 부품 원가는 1만4525~1만7430달러에서 최대 1만9608달러까지 치솟는다.
원가율 역시 기존 50~60% 수준에서 67%까지 올라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반면 캠리 하이브리드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고, 일본산 부품 비중이 30%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관세 충격이 작은 편이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현지 생산 확대 시점 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생산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43.5%로 토요타(57%)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차종일수록 관세 영향을 정면으로 받게 된다. 이미 2분기 실적에서 현대차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8%, 기아는 24.1% 줄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관세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까지 병행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역시 미국 현지 생산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120만대 규모의 생산 체제를 시장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뉴욕 중심지에서 현대차가 개최하는 IR 행사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CEO 인베스터데이는 현대차 사상 첫 외국인 CEO인 무뇨스 사장이 취임 후 처음 해외에서 주재하는 공식 행사다. 현대차가 수익성 가이던스를 조정할지, 하이브리드 현지화 전략을 제시할지, 부품 조달 다변화 계획을 내놓을지 등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 때문에 가격을 올리면 점유율이 흔들리고, 그대로 두면 수익성이 악화하는 진퇴양난”이라며 “정부의 빠른 협상 마무리와 기업의 현지 전략 강화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관세가 적용되는 현 상황이 연내에는 해소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향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가 27.5%에서 15%로 하향되는 것과 관련 7월 22일 합의로부터 발효까지 56일이 소요됐다”며 “당장 9월말에 (한·미 간) 협정이 원만히 체결돼도 연내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는 현 수준 관세가 지속될 경우 각각 월 4000억원과 3000억원대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올해 하반기 수익성이 예상보다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