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이 간다’지휘자 정나래가 이끈 독일 소녀들의 한국어 합창 공연, “감동 그 자체”[서병기의 문화와 역사]

‘글로벌 한인기행-김영철이 간다’

-김영철, 독일 현지서 만난 ‘K-합창의 기적’ 눈물과 감동의 여정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9일 방송된 KBS 1TV ‘글로벌 한인기행-김영철이 간다’ 특집 3부작의 1부 ‘K합창, 독일을 울리다 지휘자 정나래 편’은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언어와 국경을 초월한 음악의 하모니로 프리젠터 김영철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울리며 뭉클함을 선사했다. 최고 시청률 8.3%, 전국 시청률 6.3%(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정나래 편은 독인 소년들이 부른 한국의 노래로 독일을 울리고, 정(情)으로 세상을 잇는 여정을 통해 다큐먼터리 이상의 감동,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음악의 힘을 전했다.

작은 언어적 결함을 노력과 열정으로 극복한 ‘정나래’라는 인간승리가 보여준 감동의 서사는 명절 공영방송 KBS에서 가장 보여줄만한 콘텐츠였다. K-콘텐츠의 세계화를 또 다른 측면과 시각에서 보여준 좋은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김영철이 찾은 곳은 축구의 도시로 유명한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위치한 도르트문트시였다. 도르트문트나 주변의 에센, 뒤스부르크, 보훔 등은 루르 공업지대로, 서부 독일에서 석탄과 철이 가장 많이 매장된 곳이다.

지금이야 대부분이 폐광됐지만,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인 1960~70년대에는 국가시책으로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이 외화벌이에 나서 우리의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게 했던 지역이다. 독일도 이에 힘입어 철강 기계공업으로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지금도 이 일대 교외에는 당시 한국인 파독광부와 간호사들 수백명이 정착해 노년을 보내고 있다.

도르트문트 중앙역 앞 대로를 건너자 마자 입장료가 3만원에 달하는 축구박물관이 있고 그 밑에는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오페라하우스를 찾아 독일 청소년 합창단을 만난 김영철은 재외동포 지휘자 정나래와 합창단의 특별한 음악 여정을 함께하며 따뜻한 공감과 감동을 선사했다.

독일 합창단 소녀들은 ‘고향의 봄’, ‘걱정말아요 그대’, ‘홀로 아리랑’ 등 어렵게 익힌 한국어 가사를 또렷한 발음으로 진심을 담아 노래했다. 이에 객석에 있던 김영철은 “여러분 목소리에 ‘한국의 정’이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네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언어와 국경을 초월한 하모니의 중심에는 재외동포 지휘자 정나래가 있었다. 독일의 대표적 공영방송 ZDF가 주최한 독일 최고 권위의 ‘2023년 독일 전국합창대회(Deutscher Chorwettbewerb)’에서 1위를 차지한 정나래 합창단은 이미 현지 언론으로부터 “문화적 융합의 기적”이라 평가받았다.

정나래는 “음정보다 먼저 가사를 가르칩니다. 아이들이 노래의 뜻을 알아야 마음이 전해지니까요”라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그녀의 가르침을 받은 독일 소녀들은 노래 속에 담긴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고, ‘홀로 아리랑’을 부를 땐 “한국이 독일처럼 언젠가 하나가 되길 기도한다”라는 소망을 전했다. 독일의 13~16세의 앳된 소녀들이 이런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자체가 신기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정나래의 독일 정착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경남 진주에서 자라 연세대 음대를 졸업하고 뒤늦게 독일로 향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 집안 형편도 안좋아졌고, 아버지는 암 투병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입주가정교사, 입주요리사, 편의점 알바 등 온갖 고생을 하며 버텨냈다.

합창단 부모들도 나래 지휘자를 처음부터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동양인 지휘자를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치는 모습에 감동해 이제 합창단 학생들과 부모들이 정나래 지휘자를 100% 신뢰하게 됐다.

그런 그녀가 중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가족에게서 받은 사랑과 독일 현지에서 사랑으로 지지해 준 1세대 재외동포 덕분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정나래는 이곳 청소년에게 먼저 사랑을 가르치고, 그 다음에는 가사를 가르쳐 의미와 감정을 표현하게 했다. 정나래는 “호흡, 발성, 음정부터가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부터 아이들에게 가르친다”고 했다.

그러니까 첫번째가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고, 그 사랑을 모아 진심을 다해 노래하는 것이다.

제자들인 독일 학생들은 말한다. “우리의 자존심을 높여준 선생님이에요” “저를 사랑으로 대하셨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주셨어요” “선생님을 만난 지 1년밖에 안됐지만, 마음 깊이 사랑해요”

또한, 파독간호사는 정나래의 양 어머니가 되어 합창단 식사를 조달했다. 이건 동포애이자 인간애이기도 했다. 독일의 어린 소녀들도 한국의 이런 ‘정(情) 문화’를 이해하는 듯 했다.

파독 광부·간호사 등 재외동포 1세대를 위한 특별 합창 무대는 방송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며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나래 합창단이 한국 자장가 ‘섬집 아기’를 부르자 재외동포 어르신들도 함께 따라 부르며 눈시울을 적셨다. 정나래와 독일 소녀들이 만든 무대는 단순한 노래가 아닌 세대를 잇는 마음의 언어로 그들에게 바치는 헌사였다.

방송 말미, 정나래는 “언어와 생김새가 다 다르지만 음악의 하모니처럼 우리는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김영철은 “이렇게 치열하게, 멋지게 살아가는 한인은 처음 본다. 이 프로그램이 대한민국 곳곳의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한편, 독일의 합창 무대, 프랑스의 고성, 베트남의 치열한 유통산업 세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대한민국’과 재외동포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재외 동포들의 희망의 노래를 담은 KBS 1TV 글로벌 한인기행 ‘김영철이 간다’는 오늘(10일) 저녁 8시 10분과 11일(토) 밤 9시 30분에 2, 3부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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