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에 빠졌다, 트럼프에 감사하라”…美대사, 영국 장관 대놓고 조롱 왜? [나우, 어스]

이스라엘·하마스 종전협상 두고 英장관 “영국이 막후에서 핵심 역할” 발언
駐이스라엘 미국대사 “망상에 빠졌다”…협상 참여국 현직장관 대놓고 조롱


브리짓 필립슨 영국 교육장관 [EPA]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마이크 허커비 주(駐) 이스라엘 미국 대사가 가자지구 종전 협상에서 영국의 역할론을 주장한 현직 장관을 공개적으로 조롱해 논란이 되고 있다.

브리짓 필립슨 영국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종전 협상에 대해 백악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인정하면서, 영국이 평화를 위해 “막후에서 핵심적인 역할(key role)을 했다”고 말했다. 필립슨 장관은 노동당 부대표 경선에도 출마, 이날 방송사들과 인터뷰를 하며 평화 확보 과정에서 영국의 관여 범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이 상황을 만드는 데 있어 막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는 우리 국익을 포함한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므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말했다.

구체적인 기여 내용에을 묻는 질문에 필립슨 장관은 “이는 우리가 관여하고 있는 복잡한 외교 문제”라 말을 아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현 상황에 도달하기까지 미국 정부가 수행한 결정적인 역할을 환영하고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허커비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가 12일(현지시간) 영국 교육부장관 브리짓 필립슨을 향해 “망상에 빠졌다”는 조롱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허커비 대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2년여간 지속되는 와중에 이스라엘 편향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게티이미지]


이 소식이 전해지자 허커비 대사는 사회관계망(SNS) 플랫폼에 “장담하건대 그녀는 망상에 빠졌다(delusional)”며 “사실을 바로잡고 싶다면 언제든 도널드 트럼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도 된다”고 게시했다. 협상 과정에 참여하는 국가의 현직 장관을 공개적으로 조롱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영국의 매체들은 영국과 미국 행정부의 두 핵심 인사가 공개적으로 불협화음을 낸 것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망했다. 스타머 총리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동 주재하는 가자지구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허커비 대사는 침례교 목사 출신으로, 아칸소 주지사를 지냈지만 외교 분야에서의 경력은 전무해 대사 임명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그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이스라엘 내각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대표적인 강경파다. 대사 지명 전에도 “서안지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안지구가 아니라) 유대와 사마리아다”라 말할 정도로 이스라엘 입장을 대변해왔다. 2008년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팔레스타인 정체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이스라엘에서 땅을 빼앗으려는 정치적 도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미국 정부도 지지해온 ‘두 국가 해법(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모두 국가로 인정하며 평화 공존을 모색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비이성적이고 불가능하다”며 아랍 국가의 땅 중 일부를 떼어 팔레스타인의 국가 수립을 위한 장소로 주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강경하고 거친 그의 발언에 미국 정부마저 “허커비 대사는 본인 스스로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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