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내 욕실이 생겼다” 남대문쪽방촌 주민 아파트 첫 입주[세상&]

남대문쪽방촌 철거이주민 대상 임대주택 입주행사
지상 6층~18층 공공임대주택 총 182가구


남대문 쪽방촌 철거 현장 뒤에, 우뚝 솟아 있는 18층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해든집. 박병국 기자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쪽방에서 16년을 살다가 아파트에 입주하게 됐네요. 한번도 쓰지 못했던 개인 화장실을 쓸 수 있게 됐어요. 수도를 틀면 나오는 뜨거운물도 너무 좋습니다.” (해든집 입주민 57세 조모 씨)

14일 오후 찾은 중구 회현동 550 번지 일대. 이른바 남대문(양동) 쪽방촌으로 불리던 지역이다. 가림막으로 둘러싼 대형 포크레인 두 대가 막바지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는 지하 10층, 지상 32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 지어진다. 철거 공사장 뒷편으로 우똑 솟아 있는 18층 고층 건물. 남대문 쪽방촌 거주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해든집’이다. 특히 ‘해든집’은 개발 대상지에 대한 일괄 전면 철거나 입주민 강제 이주 방식이 아닌 이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먼저 마련해주고, 이주가 완료되면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민간 주도 순환정비’ 첫 사례를 적용했다. ‘해든집’은 지난 2021년 12월 정비계획 결정 후 기부채납을 받아 4년 만에 준공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남대문 쪽방촌 임대주택 ‘해든집’에 방문해 입주민 방을 둘러보며 대화 나누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해든집 2층에서열린 입주 기념 행사에서 “제가 남대문을 비롯해서 영등포 쪽, 숭인동 쪽을 다니면서 온기창고 사업도 해왔고 동행식당 사업 등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왔는데 그 중에서 오늘이 그 정점을 찍은 날이 아닌가 하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오늘 해든센터 입주는 남대문 쪽 재개발에 앞서서 주민 거주 자립 시설을 먼저 마련한 후에 본 부지를 개발하는 선순환 재개발의 모범적인 사례”라며 “서울시 중구와 또 민간 시행사가 만들어낸 따뜻한 행정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해든집의 지상 6층~18층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용한다. 전체 182세대중 14.91㎡가 174가구, 20㎡가 8가구다. 14.91㎡는 1인가구를 위한 공간으로 보증금 335만원에, 월 임대료는 9만9300원이다. 20㎡는 2인가구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배정됐다. 월 479만원 14만 5100만원이다.

해든집 14.91㎡ 형. 박병국 기자.


정재엽 서울시 자활지원팀장은 “쪽방촌 주민들은 이주시 1000만원 상당의 이주지원금을 받고 있다”며 “보증금은 이주지원금으로 해결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월세도 기존 쪽방촌에서 관리비를 포함해 25만원 정도 냈던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하 3층~지상 5층은 남대문쪽방촌상담소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복지시설, 편의시설로 활용한다. 특히 쪽방주민의 생활간호상담, 의료기초생활지원을 비롯해 자활·자립지원, 정서지원, 안전점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남대문 쪽방상담소’를 건물 5층으로 이전시켜 입주민들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작업장과 편의점, 빨래방 등도 입주시켰다.

입주민들은 대체적으로 만족했다. 쪽방촌에서 10년을 살았다는 입주민 임재열(70) 씨는 “겨울에는 주전자로 물을 끓여서 씻고, 여름에는 대변을 내리기 위해 받아놓은 물로 샤워를 했다”며 “이제 샤워를 내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다. 여기 주민들 때깔 부터 달려졌다”고 말했다.

현재 ‘영등포쪽방촌’도 이와 유사한 순환개발 방식으로 정비를 진행 중이다. 쪽방 주민들이 타지역이 아닌 현재 거주 지역 내 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이주할 예정이다. 현재는 LHSH 등의 사업시행자가 토지 등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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