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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는 인간을 꿈꾸는가 제임스 보일 지음 김민경 옮김 미래의창 |
‘할(Hal)’은 구글 컴퓨터 기반 인공지능(AI)의 최신모델로, 수년간 자체 진화하는 신경망을 개발한 끝에 탄생한 역작이다. 보통의 AI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의 기능을 넘어 로보틱 드로이드(원격 조종 로봇)를 제어하면서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 개발 단계부터 공감 능력과 의식을 지니도록 설계된 할은 마침내 자신이 완전한 자각 능력을 지닌 독립적 주체로서 모든 권리와 특권을 누리는 인간이 됐다고 선언했다.
할의 이야기는 언뜻 기술 발전으로 이뤄낸 현재의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사실 가상의 시나리오다. 의식을 가진 AI, 인간의 특성을 가진 혼종, 유전자 조작 생명체 등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기술 발전 덕분에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마주할 수 있는 존재들일 수 있다.
제임스 보일 듀크대 로스쿨 교수는 신간 ‘AI는 인간을 꿈꾸는가’에서 이들 존재를 통해 ‘인간처럼 말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가 있다면 과연 그들은 인간인가? 그들에게 인간의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저자는 할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 짓는 경계에 대해 진지하게 탐색한다. 그간 인류는 철학적·윤리적 논의를 통해 비인간적 존재들과 구분되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 언어 능력과 추상적 사고 능력을 꼽아왔다.
하지만 과학기술로 창조된 AI, 혼종, 유전자 조작 개체 등은 인간의 특성을 일부 지니게 되면서 인간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재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왔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인격에 대한 판단은 과거에도, 지금도 마찬가지로 순수 이성의 영역에서만 이뤄지진 않았다. 오히려 역사와 문화, 감정과 정치가 얽힌 복잡한 판단의 총체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실제로 인류는 그간 중증 뇌 손상 환자, 태아, 노령 치매 환자 등 같은 종(種)이지만 자기표현이 불가능한 존재에 대해서는 인격의 경계를 모호하게 그어왔다.
특히나 가끔은 우리의 공감 능력이 과도해 자주 쓰는 로봇이나 기계에 감정을 느끼고, 때로는 심각하게 부족해 동물이나 장애인을 배제하기도 하는 등 공감이 인격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오만한 이름을 붙였던 호모 사피엔스가 더 이상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유일한 존재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겼다”며 “이 행성에서 고차원적 지능과 의식을 갖추고 추상적 언어를 사용하는 ‘인격체’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소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