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불편이 개발의 시작…100만대 이상 팔리는 TV 만들고 싶어”

LG전자 ‘스탠바이미2’ 개발진 인터뷰
‘스탠바이미’라는 새 카테고리 창출
공간의 확장 통해 ‘1가구 1 TV’ 공식 깨
온라인 카페 운영하며 불만·제안 직접 청취


스탠바이미2 개발진인 권석호 LG전자 TX기구 개발 프로젝트 팀장(왼쪽)과 김홍수 LG전자 TX HW개발프로젝트 팀장 [LG전자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고객과 소통하며 개발하느라 스탠바이미2를 시장에 선보이기까지 4년이 걸렸습니다. 팔면 끝이 아니라 끝까지 고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겠습니다.”

‘들고 다니는 TV’.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립할 수 없었던 명제를 스탠바이미2는 해냈다. 화면부와 스탠드를 분리할 수 있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스탠바이미2’는 지난 2월 국내 출시 38분만에 초도 물량 완판, 출시 5개월 만에 전작 대비 4배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소비자들은 아직 혁신에 열광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동하는 TV인 스탠바이미를 이어 출시된 스탠바이미2는 세상에 나오기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스탠바이미2를 개발한 김홍수 LG전자 TX HW개발프로젝트 팀장과 권석호 LG전자 TX기구 개발 프로젝트 팀장은 “진짜 주역은 고객”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 팀장은 “기존 스탠바이미를 사용하던 고객 중 캠핑을 위해 제품을 분해해 들고 간 분이 있었는데, ‘화면이 탈부착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며 “이런 고객의 불편사항이 스탠바이미2 개발의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고객들이 전작에 대해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려달라’, ‘화면을 분리해 책상 위 모니터로 쓰고 싶다’, ‘인테리어 소품처럼 활용하고 싶다’는 다양한 의견을 주셨다”며 “그 목소리를 반영해 지금의 스탠바이미2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에서도 고객의 피드백은 중심에 있었다. 개발 기간 동안 스탠바이미2를 써본 고객들의 목소리를 10회 이상 들었다. 김 팀장은 “개발 초기에는 100와트급 이상 외장배터리를 연결해야 충전 및 동작할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고객들이 캠핑 등 야외활동을 위해 65와트급 외장배터리로도 스탠바이미2를 쓸 수 있도록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설계를 다시 해야 했지만 결국 고객 의견을 수용했다. 지금도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며 고객의 불만과 제안을 직접 듣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의 의견은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TV의 ‘공간 확장’을 이끌어 TV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과거 ‘한 가구 당 TV 1대’라는 공식을 깨고 방마다·층마다·가족 구성원마다 자신만의 TV를 갖는 ‘반려 가전’ 개념을 확산시킨 것이다.

LG전자의 혁신 DNA도 이러한 변화에 힘을 보탰다. 연구소 내부에서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제품 콘셉트를 제안하는 ‘아이디어 드림팀’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활동 ‘TV 공간의 확장’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6개월간의 토론 끝에 전작인 ‘스탠바이미’라는 콘셉트를 정할 수 있었다.

어려워지는 TV시장에 불을 지필 수 있는 미션을 부여받은 TX(Total Experience)팀도 꾸려졌다. UX, DX, 엔지니어 등이 모인 팀은 결국 TV 시장에 ‘스탠바이미’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면서 고객의 수요를 확대할 수 있었다.

혁신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경영진의 지지도 있다. 김 팀장은 “원래 TV 개발 프로세스와는 다르게 만들어야 하는 제품이었다”며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경영진 등이 의견을 많이 믿어줬는데, 출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정해진 길이 없다 보니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혁신 제품은 정말 몸을 갈아 넣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스탠바이미처럼 열광적인 팬층이 생기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경험이 구성원들에게 일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100만 대 이상 판매되는 TV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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