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22일째 역대 2위 최장기록…상원서 예산안 또 부결

임시예산안 부결만 12번째

민주·공화, 오바마케어 두고 극한대립

연방정부 직원들, 급여끊겨 푸드뱅크 줄 서기도

옥스포드 이코노미스트 “미국 GDP 0.1%포인트씩 감소”

미국 정부가 워싱턴 DC를 폐쇄한 지 21일째 되는 21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 쓰레기 트럭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지나가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연방정부의 기능 일부가 중단되는 ‘셧다운’이 22일(현지시간) 22일째로 접어들면서 역대 두 번째 최장 셧다운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대로 10여일이 지나면 미국 역사상 최장의 셧다운 기록도 갈아치우게 된다. 하지만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에 대한 공화·민주당의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미 의회가 임시예산안 처리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이날 상원 본회의에서 공화당이 발의한 임시예산안은 찬성 54표, 반대 46표로 부결됐다.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 공화당은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또 확보하지 못했다. 셧다운 국면에서 임시예산안 부결은 이번이 열두번째다.

오바마케어 두고 이견 충돌…공화당 “민주당, 셧다운으로 정부 볼모 세워”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다. [AFP]

양당이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핵심 쟁점은 오바마케어(ACA)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개혁법, 즉 ‘오바마케어’를 두고 민주당은 어떤 형태의 단기 예산안이라도 ACA의 강화된 세액공제 연장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항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2026년부터 수백만 명의 미국인의 건강보험료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ACA의 세액공제는 올해 말로 만료될 예정이다.

반면 공화당은 민주당이 “정부를 볼모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며 셧다운 종료 전에는 보건의료 관련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제프 머클리(오리건) 상원의원은 전날 오후 6시21분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22시간 이상 상원 본회의장 연단에 서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비판하는 연설에 나섰다. 제프리 의원은 공화당이 “미국인들의 건강보험을 축소하려는 전략을 계속하기 위해” 정부를 셧다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뉴욕주에 정치 기반이 있는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를 겨냥하며 민주당 지도부가 본인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셧다운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존슨 의장은 “자기들 지역구에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도전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급진 좌파 세력에 굴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셧다운 장기화에 공무원들 푸드뱅크 의존…“미국 GDP 0.1%포인트씩 감소”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사당 뒤로 먹구름이 깔려 있다.[AP]

셧다운 사태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최장 기록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세워졌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셧다운 사태가 2018년 12월 22일부터 이듬해 1월 25일까지 35일간 이어졌다.

셧다운으로 인한 여파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급여가 끊긴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워싱턴DC 등지의 푸드뱅크에 무료 식량을 지급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푸드뱅크는 기부받은 식료품을 모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비영리단체다.

경제적 피해도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 산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셧다운이 지속될 때마다 매주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1~0.2%포인트 감소가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 “셧다운 피해에도 트럼프, 예산 편법 운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크 러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EPA]

하지만 셧다운의 장기화로 피해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지만 양당 모두 즉각적인 타협 의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은 이상할 정도로 버틸 만한 상태”라며 “이 같은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 ‘편법 운영’이 있다”고 지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셧다운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방식으로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며 “일례로 미 국방부(DOD) 는 약 80억달러를 전용해 130만명의 군인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이민세관단속국(ICE), 미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 직원들도 일부 급여를 계속 수령 중”이라고 전했다.

한 공화당 보좌관은 “트럼프는 셧다운을 가능한 한 ‘견딜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