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로 잘나간 전력기기업계, 美 배전반 진출도 속도 [비즈360]

LS일렉, 북미 배전반 업체 추가 인수 검토
빅테크 수주 잇따르며 전력부문 매출 ‘쑥’
HD현대일렉, 북미 배전반 진출 본격 준비


LS일렉트릭의 UL인증 데이터센터향 배전반 제품. [LS일렉트릭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국내 전력기기 업계가 초고압 변압기 호황에 이어 북미 배전반 시장 진출을 적극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배전반은 변압기처럼 몇 년에 한 번 대규모 발주가 몰리는 사이클 장비가 아니라 건물과 공장 등에 꾸준히 설치, 교체가 필요한 장비다. 특히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투자가 폭증하면서 단순 배전반이 아니라 고용량·냉각 효율형 등 제품군의 고도화 수요가 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전력기기 사업부 매출의 70% 가량이 배전반이다. 특히 올해 빅테크 수주에 힘입어 3분기 전체 매출 1조2163억원 중 전력부문 매출은 7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나 뛰었다.

LS일렉트릭은 최근 빅테크 등으로부터 배전제품 수주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AI 기업 xAI의 데이터센터에 배전반 부품을 공급한 바 있으며, 내년 이후에도 후속 수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또다른 글로벌 빅테크 일부 업체와도 배전반, 고압 배전기 등 배전제품 납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LS일렉트릭은 지난 2022년 미국 현지 전력 배전반 업체인 MCM엔지니어링을 인수했고,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 3500억원을 투입해 배전기기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MCM엔지니어링은 연간 약 500억원 규모의 캐파로 알려졌으며, 향후 부지 확장과 배전기기(차단기·개폐기) 라인 추가로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늘릴 예정이다. 나아가 LS일렉트릭은 미국 또는 캐나다 현지에서 배전반 업체 추가 인수도 초기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일렉트릭이 UL·cUL 인증을 획득한 중저압차단기 4종. (HD현대일렉트릭 제공)


이런 가운데 초고압 변압기를 주력으로 하는 HD현대일렉트릭도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배전반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변압기 슈퍼 사이클에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취임사를 통해 HD현대일렉트릭의 근본적 체질 강화에 나서야 한다며 “자동화율을 높인 청주 신공장과 북미 수출 필수 인증(UL) 확보로 배전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미국 배전반 시장 진출을 노리며 중저압 차단기 4종에 대한 북미 안정 인증인 UL과 cUL(캐나다 UL)을 획득했다. 이를 계기로 북미 지역에서 오랜기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한 초고압 변압기뿐만 아니라, 배전기기 분야에서도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UL인증을 받은 국내 배전기기는 LS일렉트릭 제품이 유일했는데, 이에 따라 향후 북미 시장을 두고 양사의 경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전반은 유통과 수주 사업이 병행돼 현금 흐름이 매우 안정적인 구조”라며 “초고압 변압기처럼 글로벌 사이클에 직접 노출되지 않아 실적 변동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유통 부문은 바로 현금이 들어오는 단기 매출 구조이고, 수주 부문은 데이터센터·공장 등 대형 프로젝트 납품을 통해 중장기 수익을 쌓는 구조다.

AI 인프라 확산으로 인한 빅테크 수요도 배전반 시장 성장의 큰 동력이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전력 부하가 2~3배 이상 크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마다 수십~수백 대의 배전반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에 배전반은 안정적인 동시에 AI 전력 인프라 확장에서 지속 성장성이 가장 높은 영역 중 하나라고 평가된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