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자”는 트럼프…北 ‘키맨’ 최선희는 방러

대통령실 “북미회담 모든 경우 대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27일 공식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회동’ 성사 가능성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진다.

한미·한중·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된다면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가 언급했듯이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가 연락한다면 만날 것”이라며 “100% 열려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북한)은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김 위원장이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포기하면 만날 수도 있다고 언급한데 대한 화답이라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다만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시간, 장소, 의제 등 조율이 촉박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그동안 북미협상 과정에서 ‘키맨’ 역할을 수행해온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 평양을 비운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근거라 할 수 있다.

최 외무상은 26~28일 러시아 방문에 이어 벨라루스를 찾을 것으로 보이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29~30일 복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외무성 초청에 따라 전날 전용기편으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한다고 전날 예고 보도한데 이어 이틀 연속 관련 소식을 전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우회적으로 거부의 뜻을 재확인한 대미 메시지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북한과 전화가 어렵다며 언론(인터넷) 외 소통 방법이 거의 없다고 언급한 것은 북미 간 물밑조율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며 “김 위원장이 최 외무상을 각별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원래 북한 외교에서는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번에 만난다면 합의 도출이 아니고 협상의 입구를 만들자는 것이니 최 외무상이 꼭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문혜현 기자,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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