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상 부위 활성산소 환경에만 반응해 약물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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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영(왼쪽부터) G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김수완·서상헌 전남의대 신장내과 교수, 이승준 GIST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생.[G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신소재공학과 이재영 교수 연구팀과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김수완 교수 공동 연구팀이 급성 신장손상이 만성신부전으로 악화되는 과정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급성신부전(AKI)이 만성신부전(CKD)으로 진행되는 병리적 과정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수술·조영제·패혈증 등으로 신장 손상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 수 있는 획기적 성과로 기대된다.
급성신부전은 혈류 차단, 패혈증, 독성물질 등 다양한 원인으로 신장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질환이다. 일단 회복된 뒤에도 많은 환자들이 만성신부전으로 진행되는 ‘신손상-만성 콩팥병 전이’ 현상을 겪는다.
이 과정에는 신장 조직 내 과도한 활성산소 생성이 관여해 세포 손상 → 염증 → 섬유화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만성신부전으로 악화하면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막을 뚜렷한 치료법은 없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장 손상 부위에서 과도하게 생성되는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 손상 부위에만 항섬유화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그래핀 기반 지능형 나노의약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환원 그래핀에 히알루론산을 결합해 손상된 신장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비타민 D 유도체 계열의 항섬유화 약물인 ‘파리칼시톨(paricalcitol)’을 탑재하여, 손상 부위의 산화 환경에서만 약물이 방출되도록 했다.
이렇게 항섬유화 약물(P)·히알루론산(HA)·환원 그래핀(rGO)을 결합해 제작한 ‘P/HA/rGO 나노의약’은 활성산소가 많은 병변 부위에서만 약물이 방출되는 ‘활성산소 반응형 약물 방출 메커니즘’을 구현했다. 정상 조직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신장 손상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히알루론산 결합 덕분에 체내 안정성과 혈중 체류 시간이 크게 향상되어, 지속적이고 정밀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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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혈-재관류 신장 손상 치료를 위한 파리칼시톨 적재 환원 히알루론산 결합 환원 그래핀 산화물 나노입자 모식도.[GIST 제공] |
연구팀은 세포 수준 실험과 신장 허혈-재관류 손상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이 플랫폼의 약물 전달 효율, 활성산소 제거 능력, 조직 표적성, 치료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했다.
실험 결과, 나노복합체는 93%의 약물 적재 효율을 보였으며, 활성산소 존재 하에서 30일간 약물의 26%가 방출되어 일반 조건 대비 약 2.7배 높은 방출 효율을 나타냈다.
손상 부위에 과도하게 쌓인 활성산소에 반응해 필요한 시점에만 약물이 방출되는 정밀 제어가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활성산소 환경에 반응하면서 손상 부위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지능형 나노의약 플랫폼을 제시했다”며 “향후 임상 단계에서 신부전뿐 아니라 당뇨성 신증 등 다양한 신장 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Theranostics’에 10월 23일 온라인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