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긴 전세 끼고 살 수 있죠?” 매수문의 늘자, 집주인 1억 더 불렀다[부동산360]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등
대지지분 낮아 토허구역 제외
매도자 기대감에 호가 높이지만
‘4억 대출 한도’에 거래 무산되기도

27일 찾은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의 모습. 윤성현 기자

“대책 발표 직후 매수자들이 토허구역 예외 여부를 공인중개사들 보다 먼저 알고 물어오더라고요. 이후 동대문구청에 문의해 실제로 해당 단지들은 허가구역 대상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청량리역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장 전반에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 단지가 틈새 시장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대지지분이 낮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청량리 일대 주상복합 단지에는 매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이를 기회로 호가를 높이며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역 용도에 따라 정해진 면적 기준을 충족해야 지정된다. 그러나 대지지분이 그 기준보다 작으면 허가 대상에서 빠진다. 현행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다.

주거지역은 60㎡, 상업·공업지역은 150㎡, 녹지지역은 200㎡를 기준으로 삼으며, 해당 면적의 10~300% 구간이 토허구역으로 묶인다. 결국 대지지분이 이보다 작은 경우, 즉 주거지역 6㎡ 이하, 상업·공업지역 15㎡ 이하, 녹지지역 20㎡ 이하라면 토허구역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상업지역 주상복합은 갭투자 가능지대로 분류된다.

청량리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 갭투자가 가능한 매물을 소개하고 있다. 윤성현 기자

대표 사례로 꼽히는 곳이 청량리역 인근 ‘청량리롯데캐슬SKY-L65’다. 이 단지는 용적률이 995%에 달한다. 그러나 84㎡(이하 전용면적) 기준 대지지분은 11.7㎡로, 상업지역 기준인 15㎡보다 낮아 토허구역 대상에서 제외됐다. 세대수가 적은 전용 102㎡형 역시 대지지분이 15㎡를 넘지 않는다.

인근 ‘청량리한양수자인그라시엘’과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 역시 84㎡ 기준으로 대지지분이 11.8㎡ 수준으로 같은 조건을 갖췄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청량리역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갭 투자가 가능하냐”를 묻는 문의가 급증했다.

청량리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A대표는 “특히 현금 유동성이 높은 지방 자산가들이 ‘서울에 별채 하나’ 개념으로 접근해 갭투자를 문의한다”며 “(청량리역이)GTX-B와 GTX-C의 주요 환승역이 될거란 기대감과 교통 접근성이 매수 심리를 자극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호가 상승이 실제 매매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A대표는 “10·15 대책 발표 전후로 L65 전용 84㎡가 19억5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21억원 선까지 올랐다”며 “하지만 실제 매수세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27일 찾은 청량리역 일대 매물 가격대의 모습. 윤성현 기자

용두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가가 8억5000만~9억원 수준이라 갭 투자를 하려면 최소 10억~12억원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며 “때문에 정책 이후 실거주 목적의 매수 문의는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세가 15억원을 넘는 단지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제한돼, 진행되던 계약이 무산된 사례도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 풍선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대지지분이 낮다는 이유로 갭 투자가 허용된 것은 제도적 허점으로, 큰 투자효과를 노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일종의 수요 풍선효과로 볼 수 있다”며 “원래 관심이 없던 단지인데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투자 수요가 붙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결국 새 규제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수요 이동이 가격을 왜곡시키는 ‘정책이 부른 작은 거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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