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수출 늘었지만…농식품 무역적자 4년째 확대

농식품 교역 10건 중 9건 FTA 체결국
1~9월 FTA 체결국 227.9억달러 적자 ‘최근 4년래 최대’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이번 협상에서 소고기 시장은 추가로 개방하지 않기로 해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은 그대로 유지된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K-푸드 열풍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먹거리 무역 적자는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농식품 수입이 빠르게 늘면서, 국내 농업의 해외 의존도가 심화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FTA 이행에 따른 농식품 교역동향(2025년 3분기)’에 따르면, 올해 1~9월 FTA 체결국 대상 농식품 수출액은 60억6000만달러(전년 대비 +6.5%), 수입액은 288억5000만달러(+4.9%)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FTA 체결국과의 농식품 무역수지는 227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197억8000만달러) 이후 4년 연속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최근 4년 새 최대 규모다.

[농촌경제연구원 제공]


FTA 교역은 전체 농식품 교역의 88%를 차지한다. 국내 농업이 ‘FTA 개방형 구조’에 완전히 편입된 상태다. 전체 농식품 무역수지는 249억9000만달러 적자이며, 이 중 FTA 대상국이 91%를 차지한다.

KREI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나며 무역적자가 누적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품목별로는 호주·미국산 쇠고기(39만톤, +8%), 중국산 양파(11만톤, +63%), 네덜란드산 유제품(+7%) 등이 수입 증가를 주도했다. 가격경쟁력과 물류비 부담 등으로 국내 농산물 시장의 수입 대체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수출은 김치(+18%), 라면(+9%), 소주(+11%), 과자류(+8%) 등 가공식품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고부가가치 신선 농산물 수출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검역 협상과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과 단감 수출 MOU, 싱가포르와 제주산 소·돼지고기 수출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이어 “딸기·복숭아 등은 아직 대(對)중국 검역 1단계 수준이지만, 한우·단감과 함께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절차를 병행하겠다”며 “우리도 미국의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처럼 국가별 공략 리스트를 갖고 검역 협상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무역적자가 누적되는 구조 속에서도 K-푸드 수출은 외형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9월 누계 기준 K-푸드 수출액은 84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 동기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추세가 유지되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출 100억달러(약 14조2800억원) 돌파가 유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출 성장에 비해 농가소득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며, FTA 개방형 무역 구조 속에서 실질 경쟁력 강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외형만 커진 ‘빈수레 K-푸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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