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쪼개 팔기’로 선회…블록딜 행렬 ‘덩치 줄이기’ [투자360]

맥쿼리 올 들어 두 번째 블록딜 단행
시장 테스트 성격도…유연한 회수 모델
개인투자자 충격 불가피…“시장 신뢰 시험하는 관문”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상장기업을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보유하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통매각 대신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를 통한 부분 회수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일괄 매각보다는 지분을 쪼개 여러 번 내놓으며 시장 상황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영권 매각을 염두해 온 기업의 경우 매각대상 지분율을 낮춰 인수자 부담을 경감시키는 모습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맥쿼리자산운용은 지난 5일 LG CNS 보유 지분 15.93%(1543만479주) 중 약 7.0%(740만주)를 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맥쿼리는 지난 8월에 이어 두 차례에 걸쳐 LG CNS 보유지분 약 12.6%을 매각해 7938억원 상당을 회수했다.

투자 회수 방법 중 하나로 블록딜을 택하는 것은 비단 맥쿼리뿐만은 아니다. PEF 운용사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는 현대힘스 매각에 앞서 지난달 12.8%를 처분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2대 주주였던 KKR은 두 차례 블록딜로 9.5%를 팔아 8470억원 상당을 현금화했고,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신한금융지주 지분 1.94%을 매각해 약 5963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외에 한앤컴퍼니(SK이터닉스), 베인캐피탈(클래시스) 등이 올해 블록딜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이 매도자 우위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매물은 넘치지만 인수자는 부족한 현상이 반복되었다는 의미다. 금리 부담이 생기고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대기업 및 전략적투자자(SI)의 인수 여력이 위축된 결과다. 이로 인해 PEF가 원하는 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통매각을 성사시키기 어려워졌다는 해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면 내부수익률(IRR) 관리에 부담이 생긴다”면서 “일부 운용사는 매각 구조를 유연하게 바꾸거나 지분 일부만 회수하며 속도 조절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블록딜이 잇따르면서 단기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상장사 지분 블록딜 직후 해당 기업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인다. 주가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어려운 만큼 시장에서는 예고 없는 대량 매도가 개인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블록딜을 단순한 현금화 수단이 아니라, 향후 본매각을 위한 시장 테스트 성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연한 회수 모델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다만 시장 충격을 야기하는만큼 PEF 운용사의 투자금회수 전략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회수 전략이 속도보다 안정을 꾀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모습”이라며 “블록딜이 자금 회수의 한 가지 방식이기는 하지만 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투자 신뢰를 시험하는 새로운 관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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